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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관련직업] 스크립터 |
| 글쓴이 : 최수임
글쓴날 : 03-03-07 01:42
2211번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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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남자> 스크립터 한해영
“소품부터 의상까지, 모두 챙겼죠”
양수리 사창가 세트에서 한참 영화가 촬영되던 지난해 여름, <나쁜 남자> 촬영현장에서 한해영씨는 유독 튀었다. 노련한 김기덕 감독과 무서우리만큼 진지한 표정의 조재현씨, 긴장에 약간 굳은 서원씨, 그리고 다른 일사불란한 남자스탭들 가운데서 혼자서 부스스 번개머리에 뿔테안경을 쓴 명랑만화 주인공 같은 모습을 하고는 모니터 앞을 지키던 어린 스탭. 존재만으로도 촬영장 분위기를 띄우던 그 사람이 한해영씨였다.
정식 콘티가 없는 김기덕 감독식 촬영이지만, 한해영씨는 그래도 콘티 비슷한 것을 갖고 있었는데, “스크립터세요? 그것 좀 볼 수 있어요?”하고 말을 붙인 기자에게, 그는 “이건 아무나 보는 거 아니에요”, 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나쁜 남자>는, 제작사 LJ필름에서 홍보를 하는 진희원씨가 학교동창인 관계로 몸담게 된 그의 충무로 첫 영화. 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해보는 일답지 않게 이 ‘햇병아리’ 스탭은 쟁쟁한 선배들 사이에서 기죽지 않고 빨빨하게 일을 했고, 몰려든 기자들에 대해선 어딘지 성가시다는 표정을 내비칠 만큼, 재밌고도 당당한 스탭이었다.
“김기덕 감독은 스크립터를 사실 별로 필요치 않아요. 감독님 머리 속에 다 있거든요. 모니터도 잘 안 보시죠. 게다가 너무 빨라서, 모니터 갖고 쫓아가면 벌써 테스트를 찍고 있곤 했어요.” 첫 상대가 김기덕 감독이라 한해영씨는 편하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고, ‘일반적’인 충무로 분위기와는 다른 현장감을 익혀야 했다. 빨빨한 스크립터 위에 여유만만이지만 더 빨빨한 감독이랄까. ‘알아서 잘하시는’ 감독 밑이라 편한 점도 있었지만, 환경에 따라 촬영계획을 대폭 조정하는 등 혼쭐을 겪는 일도 많았다. “갑자기 비가 오잖아요. 그러면 비오는 신 다 골라라, 그래요. 그래서 비오는 동안 그걸 다 하는 거예요.” 이런 분위기 속에서 스크립터는 그저 컷 시간이나 기록하는 수동적인 ‘단역’이 아니라 정신 바짝 차리고 현장에 깊이 ‘참여’하는 ‘조연’ 정도는 되었다.
한해영씨는 지금 김진성 감독의 <서프라이즈> 연출부에서 이른바 ‘슬레이트 걸’을 자원해 맡고 있다. “스크립터는 적성이 아닌 것 같고, 촬영하는 걸 옆에서 자세히 보고 싶어” ‘직종변경’을 한 것. 슬레이트 걸을 택한 배경에는, 한해영씨의 대학 시절 ‘전공’,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이 깔려 있다. 한해영씨는 상명대 영화학과에서 촬영을 전공했고, 공부 안 한다고 야단치는 엄마에게 쫓겨 개집에 빠진 아이의 황당무계 스토리 <웰컴 투 독하우스> 등 단편을 여러 편 찍었다. 지금 한해영씨는 충무로 연출부에 적을 두고 있지만, 곧 외국유학을 갈 예정이고, 그래서 영화감독이 될 생각이다.
외국으로 공부하러 가려는 것은, 제대로 공부를 더 하겠다는 생각 때문이지만, 충무로 현장에서 스탭이 받는 대우에 대한 불만족 때문이기도. “젊음을 너무 희생해야 하지 않나 싶어요. 금전적인 것도 그렇고, 대학까지 졸업했는데… 그냥 계속 학교 다니는 것 같아요.” 중학교 때 <댄싱 히어로>를 본 이후 ‘영화감독’이 되고팠다는 한해영씨는 언젠가 <레닌그라드 카우보이 미국에 가다>풍의 냉소적이고 싸늘한 코미디영화를 연출하겠다는 포부가 있다.
프로필
1977년 서울생
상명대 영화학과 졸업
<나쁜 남자> 스크립터
<서프라이즈> 연출부. 일명 ‘슬레이트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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