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남자' 1000만명 돌파 기념 단독인터뷰]"미완성의 나이에 받기에 너무 큰 인기다"

"어떻게 이런 숫자가 나올 수 있죠?"

이준기가 되물었다. 영화 '왕의 남자'가 관객 1000만명을 돌파한 '감회'를 묻던 참이었다.

"1000만명이란 숫자 자체가 없다"며 어리둥절해 하는 그는 "뭐가 뭔지 모르겠다"며 실감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기까지 했다.

"1000만명을 상상할 수도 없다"는 이 배우, 첫 주연작으로 꿈 같은 성공을 거둔 이준기를 '왕의 남자' 1000만명 돌파 소식이 전해진 직후 만났다.

이준기를 버리고 시작한 '왕의 남자'

흥분과 설레임으로 감정이 벅차있을 것 같았는데 의외로 표정이 밝지 않다. 고민이 많은 눈치다.

"관객수가 높아갈수록 긴장되고 걱정된다. 관객 한 명, 한 명은 곧 나에 대한 기대치니까 마냥 좋을 수만은 없다."

물론 "송구스러울 정도로 감사"하지만, 더불어 부담이 늘어가는 것도 어쩔 수가 없다.

'왕의 남자'는 우리 영화로는 세 번째로 1000만 고지를 넘었고, 조심스럽게 역대 최다 관객동원을 기록한 '태극기 휘날리며(관객 1174만명)'를 앞설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때문에 이준기의 걱정과 부담은 당분간 지속될 듯 하다.

이 영화에서 가장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그는 지금까지 '왕의 남자'를 4번 봤다. 더 보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다. 개봉 두 달을 채워가지만 지금까지 매진 사태가 계속되기 때문. "극장이나 제작사가 배우를 위한 특별 상영회를 열어주지 않는 한 당분간 영화를 못 볼 것 같다"고 했다.

지금은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겠지만 '왕의 남자' 출연을 결정하던 당시 이준기가 느낀 막막함은 극에 달했다. 자신을 송두르째 버리고 여성성 짙은 조선시대 광대 공길이 돼야했기 때문이다.

"촬영 시작하며 부모님에게 '군대 다녀오겠습니다'라고 인사했다(웃음). 6개월간 나를 버렸다. 나와 전혀 상관없는 인물이기에 나 자신을 모두 버렸다."

결과는 성공적. 현재 영화, 드라마, 가요계를 통틀어 가장 높은 인기를 누리는 배우로 성장했고 '신드롬'이라 할 말한 열풍은 식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기현상'이다.

하지만 일순간 꽃 핀 인기가 눈 녹듯 사라지는 잔인한 '전례'가 종종 벌어졌음을 상기한다면 이준기로서는 마냥 만족해 할 수는 없는 현실이다.

"왠만한 연예인이 이 보다 더 할까 싶다. 어디 마음대로 나갈 수도 없고 술 한잔 마시기도 힘들다. 솔직히 인기 빨리 떨어졌으면 좋겠다. 미완성의 나이에 받기에는 너무 큰 인기다. 혹시나 인기에 적응해 버려 나중에 힘들어 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준기의 색을 담아 연기 중심 잡아가고 싶다"

영화 속 공길은 여성성이 강한 남자 광대다. 극 중 펼쳐지는 광대 놀이에서도 늘 여자로 등장하고 때문에 돈 많은 양반과 심지어 왕까지 공길의 여성성을 산다. 여기에 동성애 코드까지 더해져 공길과 이준기를 보는 대중의 눈은 특별하다. 자연히 그의 다음 행보도 흥미로운 관심사다.

"한, 두 층 다른 모습으로 바꿔 볼래야 할 수 없다. 공길 캐릭터가 너무 강했다. 큰 변화를 주기 보다는 당분간 이준기의 색을 담아 연기의 중심을 잡아가고 싶다. 내가 가진 느낌을 역할에 섞어서 보여주면서 나와 공통점이 있는 캐릭터를 하고 싶다."

제법 설득력 있는 말이지만, 그럼에도 공길 이상의 것을 기대하는 대중은 어김없이 존재한다.

"공길을 뛰어넘는 캐릭터를 기대하고 요구하는 팬들게 기다림의 재미를 주겠다. 그러다 보면 내가 만든 공길의 소중함이 더 높아질 게 분명하다."

그의 차기작은 영화 '플라이, 대디, 플라이'. 일찍 인생을 알아버린 과묵한 고등학생으로 출연, 소심한 샐러리맨 이문식을 40일간 훈련시키는 내용이다. '왕의 남자' 보다는 확실히 가볍다.

14일께 새영화 촬영에 돌입하는 그는 "성실하게 꾸준히 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욕심이 많을수록 쉽게 떨어진다"는 생각 때문에 밀려드는 광과출연 제의를 받고도 "이미지와 맞지 않다"며 거절한 것만 벌써 몇 차례다. 인기에 편승해 빨리 달리지 않고, 현재 할 수 있는 만큼만 무리없이 할 계획이다.

"새 영화로 100점 만점에 70점쯤 맞으면 만족한다"며 자신에게 후한 점수를 주지 않은 그는 "앞으로 상은 10번쯤 타고 싶다"며 마지막까지 숨겨놓은 진짜 목표를 슬그머니 꺼내 보였다.

노컷뉴스 방송연예팀 이해리 기자 dlgofl@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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