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티 댄싱’이 재개봉되는 드림시네마(옛 화양극장)의 김은주 대표(왼쪽)와 직원들이 음악신청 코너에 진열된 80년대 영화 사운드트랙 앨범 재킷을 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이명원 기자 mwlee@chosun.com

서대문로터리 드림시네마 극장 ‘더티댄싱’ 재개봉으로 고별 상영

딱 20년 전이었다. 시위대 구호와 최루탄 연기로 온 나라가 바람잘 날 없던 시절, 전 세계 영화팬들은 할리우드의 청춘 스타들의 몸짓으로 가득찬 영화에 열광했다. 그 영화 ‘더티댄싱(Dirty Dancing)’은 서울의 청춘관객들도 열광시켰다. 그리고 개봉 20주년을 맞아 오는 11월 23일 다시 돌아온다. 영화뿐 아니라 20년 전 풍경까지 고스란히….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드림시네마에서다. 주윤발이 쌍권총을 들고 등장하는 홍콩 영화를 단골 상영하던 ‘화양극장’이라는 옛이름으로 더 친숙한 곳이다. 개봉을 한 달 앞둔 23일 오전 극장에서는 이틀 전 도착한 디지털 필름이 한창 시험상영 중이었다. 주제가 ‘(I’ve had)the time of my life’가 흘러나오며 맘보와 블루스가 어울러진 춤판에서 남녀 주인공은 진한 프렌치 키스로 사랑을 확인했다.

상류층 집안의 딸과 가난한 댄서가 연인이 된다는 단순한 줄거리다. 하지만 60년대 로큰롤부터 최신 댄스팝까지 이어지는 영상은 뮤직비디오 못지 않았고, 근육질 몸매의 패트릭 스웨이지가 허리를 요염하게 돌릴 때마다 여학생 관객들은 ‘꺅’하며 자지러지게 비명을 질러댔다. ‘더티 댄싱’은 올해 개봉 20주년을 맞아 미국 등 전 세계적으로 재상영 등 다양한 기념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영화는 강남구 신사동 브로드웨이 극장에서도 함께 개봉한다.

“연소자 관람불가였는데 관객 태반이 여고생·여중생이었어요. 학교에서 영화 모르면 ‘왕따’였죠.” 드림시네마 김은주(33) 대표는 “나도 그때 중2였는데, 모자 쓰고 얼굴에 화장 진하게 하고 들어갔다”며 웃었다. 극장 안은 안그래도 20년 전 풍경 그대로다. 다락방 같은 영사실, 창문을 드르륵 여닫는 매점, 천장에 매달린 샹들리에는 초라하다 못해 고색창연하고, 녹색 비상등도 먼지가 누렇게 꼈다. 700여 석짜리 단관(單館) 상영관은 1999년 드림시네마로 이름을 바꾸고 재개봉과 시사회로 버텨왔지만,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 내년에 문을 닫는다. ‘더티댄싱’은 1964년 문을 연 극장의 마지막 상영작인 셈이다.

‘고별 상영’을 앞둔 극장은 지금 완전히 ‘80년대 모드’로 꾸며지고 있다. 영화값은 그때 수준(3500원)으로 확 낮췄다. 티켓도 손에 쥐면 금세 땀에 절어 꼬깃꼬깃해졌던 예전의 연두색 종이표다. 간판 그림도 수작업으로 그려진다. 김영준(52) 극장 미술부장은 “근 6년 만에 붓을 잡게 돼 마음이 설렌다”고 말했다.

‘황홀한 춤 속에 잠자던 야성은 꿈꾸듯 피어오른다’ ‘新正 興行(신정흥행)의 勝戰譜(승전보)! 大滿員(대만원) 謝禮(사례)!’같이 촌스런 문구들로 가득한 신문 광고들도 극장 곳곳에 나붙인다. 극장 홀에는 80년대 영화 음악으로만 꾸민 신청곡 코너도 만들었다. 코너에는 그 시절 영화 앨범 재킷이 선보인다. ‘유 콜잇 러브’, ‘엔들리스 러브’, ‘미션’, ‘페임’… .

재개봉일은 정했지만 마지막 상영날만큼은 못박지 않았다. “대충 짐작이야 하죠. 하지만 사람이 한 명도 안 들고 건물 철거에 들어가는 바로 직전까지 많은 분에게 추억을 선사하고 싶어요.”

김은주 대표가 OST음반을 턴테이블에 걸자 주제가가 지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극장 홀을 가득 채웠다. “내 인생의 시간. 예전에는 느끼지 못했지. 다 그대 덕분이야(I’ve had the time of my life. I never felt like this before. And I owe it all to you)”





▲ 제니퍼 그레이(왼쪽)과 패트릭 스웨이지가 주연한 영화‘더티 댄싱’포스터. /드림시네마 제공

23일 서울의 마직막 구닥다리 극장 드림시네마(옛 화양극장)에서 LP판으로 흘러간 영화음악을 관객들에게 들려주고있다 내년중 문을 닫을 예정인 이극장은 11월 23일 부터 87년도 영화 더티댄싱을 당시 가격 3500원에 상영할 예정이다. /이명원 기자


[정지섭 기자 xanadu@chosun.com]
조선일보 | 기사입력 2007-10-24 0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