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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서깊은 예향의 도시 - 전주 [약속][화이트발렌타인] 촬영장소로 유명 |
| 글쓴이 : 이경택
글쓴날 : 03-03-06 12:03
1924번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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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영화의 촬영지를 찾아갔을 때 영화 속의 감동을 다시 받고 오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유서 깊은 예향(藝鄕)의 도시 전주는 예외다.
전주를 찾는 기회가 있다면 해질녘쯤 한번 풍남문에서 전동성당, 경기전으로 이어지는 완산구 풍남동 거리에 서보자. 차분함 속에 펼쳐지는 찬연한 고색창연함에 문득 숙연한 마음까지 든다. 이 일대는 2편의 영화가 촬영된 장소이기도 하다.
전주에선 박신양 전도연 주연의 영화 `약속'이 촬영됐고, 공교롭게도 박신양이 전지현과 함께 호흡을 맞춘 영화 `화이트발렌타인'도 역시 전주에서 만들어졌다.
흔히 도시는 고찰 등의 유적지가 많거나 산천경개 뛰어난 인근 관광지를 찾아가는 경유지 정도로 많이 활용된다. 그러나 전주는 아니다. 도시 자체가 사적지 테마여행의 목적지로 충분한 곳이다. 고궁이 있는 서울을 제외하곤 전국에서 도시관광과 사적지관광을 연계시킬 수 있는 곳은 전주가 유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영화속의 명장면들을 떠올리며 촬영지를 차분히 돌아본다면 여행에서 오는 감동의 깊이는 더욱 진하게 다가올 것이다.
영화 ‘약속’의 전동성당
<img src=http://www.jinro.co.kr/korea/webzine/data/0211_29_1.JPG vspace=1 hspace=1 align=left>황금빛 노을이 거리에 짙게 내려앉을 무렵의 전동성당.
부옇게 시야가 흐려지며 아득한 소음과 함께 펼쳐지는 주변 풍광은 잠깐이나마 카톨릭문화가 발달한 유럽 어느 도시에 와있는듯한 착각에 빠트린다. 전동성당의 고풍스런 모습 때문이다.
천주교의 탄압이 극심하던 구한말 전주는 호남일대 천주교도들의 중심지였다. 전동성당은 바로 그 무렵, 조정의 계속되는 탄압 속에서도 1791년 한국 최초의 순교자가 된 윤지충과 권상연을 기리기 위해 그들이 피를 흘린 남문밖 형장자리인 순교터에 세워졌다.
그러나 전동성당은 아픈 역사의 상흔보다는 비잔틴풍에 로마네스크 양식이 가미된 아름다운 건물 모습이 먼저 눈에 다가든다. 성당 내부도 서울 명동성당처럼 의자와 창문 하나하나에 우아하면서도 고풍스러움이 넘쳐난다.
영화 `약속'은 조폭 두목역의 공상두(박신양)와 병원 레지던트 채희주(전도현)의 이루어질 수 없는 애절한 사랑을 주제로 한 영화다. 영화를 본 이라면 가장 인상깊은 장면중의 하나로 두 남녀 주인공이 하객 하나 없이 치른 눈물의 결혼식을 기억할 것이다. 그 결혼식 장소가 바로 전동성당이다.
전동성당은 전주성당의 초대주임신부로 임명된 보두네 신부가 사재를 털어 1908년 짓기 시작 1914년에 완공했다. 성당건물의 기초는 전주시내 성문과 성벽이 헐리면서 나온 돌과 흙을 사용했으며, 설계는 서울 명동성당을 맡았던 포와넬이 했다.
영화 ‘화이트발렌타인'의 교동 한옥마을
<img src=http://www.jinro.co.kr/korea/webzine/data/0211_29_2.JPG vspace=1 hspace=1 align=right>예향의 도시, 천년고도의 의미가 새록새록 다가오는 곳이다.
은은한 묵향에 어디선가 가야금 타는 소리와 판소리명창 한가락이라도 들려올 듯하다. 교동과 풍남동 일대 밀집한 한옥골목을 걷다보면 문득 시대를 거슬러 구한말 어디쯤엔가 와있는듯한 착각에 빠져든다.
바로 이 교동 한옥마을에서 비둘기를 매개로 한 현준(박신양)과 정민(전지현) 등 두 남녀 주인공의 동화같은 사랑을 그린 화이트발렌타인이 촬영됐다. 촬영당시 전지현의 집으로 설정된 책방은 여중 교문 바로 앞에 있었다. 그래서 촬영을 구경하는 여중생들 때문에 동시녹음에 많은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img src=http://www.jinro.co.kr/korea/webzine/data/0211_30_1.JPG vspace=1 hspace=1 align=left>전통한옥 중에는 작가 최명희의 생가와 그의 소설‘혼불’에 나오는 전주 최씨 종택도 있다.
사실 민속촌 말고는 국내의 도시 어디에서도 그 같은 한옥밀집거리는 유례가 없다. 여기에 더욱 특기할만한 사실은 그 한옥들이 아직도 전주시민들의 생활공간이라는 점이다. 800여채에 이르는 한옥이 담과 대문 등 일부는 개보수로 훼손돼 있지만 그래서 더욱 정형화된 민속촌이나 박물관에서 맛볼 수 없는 고도 전주의 향기를 맡아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학인당 같은 건물은 조선조 궁중건축양식이 민간에 도입된 정형적인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주민 홍남월씨는 “예로부터 전주 이씨, 전원 이씨 양반들이 많이 살아서 그런지 어린이들의 예절이 바르고, 술집 등 유흥가도 없으며 아직도 대문을 열어놓고 살아도 도둑이 들지 않는 살기 좋은 곳"이라고 자랑한다.
호남제일성과 경기전도 들러볼만
<img src=http://www.jinro.co.kr/korea/webzine/data/0211_30_2.JPG vspace=1 hspace=1 align=right>호남제일성이라는 문루의 현판에서도 알 수 있듯 견훤의 후백제로부터 조선왕조의 발상지로 이어지는 풍패지향 전주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서울의 남대문을 그대로 빼다 박아놓은 듯한 모습도 예사롭지 않다.
풍남문은 원래 전주부성의 사대문 가운데 남문에 속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창건시기는 고려 공양왕때로 전주관찰사인 최유경이 전주부성과 함께 창건했다고 전해져 온다. 그후 여러차례 개축을 거쳐 현재는 조선후기 문루건축양식을 가장 잘 보존한 전주의 대표적 문화재로 꼽힌다. 보물 제308호로 지정돼 있다.
경기전은 TV드라마 `용의 눈물' 촬영지로 유명해진 곳이다. 조선왕조를 건국한 전주 이씨의 발상지란 사실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전각이다. 입구에 `누구든지 그 앞을 지날 때에는 말에서 내리라'는 뜻을 지닌 하마비(下馬碑)가 세워져 있으며 전각안에 태조의 영정을 봉안해놓고 있다. 사적 제339호.
경기전 뒤의 지금은 메워진 우물은 ‘혼불’의 작가 최명희씨가 조선왕조 마지막상궁의 환청을 듣고 소설적 영감을 얻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 문화일보 레저담당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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