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0회 칸느 영화제('97)에서 『체리 향기, The Taste of Cherry』로 황금 종려상을 수상하면서, 이란 영화에 대해 관심을 갖게한 감독.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최근(1999년 6월) 개봉된 이란 신예 감독 '자파르 파나히'의 <하얀 풍선>은 어디로 보아도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향기가 다분하다. 그도 그럴것이 '압바스 키아로스타미'가 각본을 썼고, 감독 '자파르 파나히'는 그의 조감독을 지낸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모든 이란 영화가 그의 영향력 안에 들어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해도 과언을 아닐 것이다.
'키아로스타미'는 1940년, 이란의 '테헤란'에서 출생하였다. '테헤란 대학교'에서 미술을 전공한 후 CF 감독을 하다가, 1969년 '카눈(Kanun:아동지능 개발연구소)'에 입사하여 영화를 만들기 시작하였다. 70년에 만들어진 첫단편 영화 『빵과 길』을 시작으로 그의 말을 빌자면, 아동용 (for kid)이 아닌 어린이에 관한 (about kid) 영화를 찍었다.
1987년 이란의 위대한 시인인 故 '소흐랍 세페리'에게 경의를 표하고자 만든 영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가 로카르노 영화제에서 청동 표범상을 수상한 이후 '압바스 키아로스타미'는 차세대 시네아스트로서의 자리를 굳혔다. 롱테이크를 중시하며, 클로즈업이 배제된 것이 특징인 그의 영화중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와 『올리브 나무 사이로』의 라스트 씬은 관객의 감탄을 자아낸다. 특히 20여일에 걸쳐 찍은 『올리브 나무 사이로』에서의 일몰 직전 4분은 비평가들로부터 ‘90년대 최고의 라스트 씬’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란에 대규모 지진이 일어나자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이 '코케'의 친구들 생사가 궁금해 직접 차를 몰고가서 일일이 둘러보았다는 것은 유명한 사실이다. 그 상황을 영화로 찍은 것이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이고, 『그리고...』 촬영시 아이디어를 얻은 작품이 『올리브나무 사이로』이다. 이렇듯 스스로 이탈리아 네오 리얼리즘 영화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말하는 그의 작품 세계는 픽션과 다큐멘터리 사이의 경계를 허문 시네마-베리떼의 진수라고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영화를 찍을 때 낚시꾼처럼 천천히 기다린다는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연출방식은 정직한 접근으로 특유의 소박한 아름다움을 완성해, 마치 보석처럼 빛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