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이자 배우 제작자로 이름을 날렸던 시드니 폴락이 26일 세상을 떠났습니다. 1934년 생이니까 올해 미국 나이로 74살이네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9개월 가까이 암으로 투병하며 고생하던 폴락 감독이 LA 자택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졌다고 합니다. 그의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투씨]와 [아웃 오브 아프리카]를 꼽을 수 있겠는데요.


더스틴 호프만이 여장을 하고 출연한 코미디 영화 [투씨]는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했고, 로버트 레드포드, 메릴 스트립 주연의 아름다운 사랑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는 아카데미 감독상 등 7개 부문에서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폴락은 원래 연기를 배운 배우 출신 감독으로 짬짬이 많은 영화에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로버트 알트만 감독의 [더 플레이어], 스탠릭 큐브릭 감독의 마지막 작품 [아이즈 와이드 셧], 최근에는 조지 클루니 주연의 통렬한 사회고발 드라마 [마이클 클레이튼]에서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깨달으라고 주인공에게 충고하는 닳고 닳은 로펌 대표를 연기하기도 했습니다.



시드니 폴락하면 1985년작 [아웃 오브 아프리카](국내에서는 이듬해인 86년에 개봉했었죠.)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아프리카의 풍광과 감미로운 음악이 함께하는 고전적인 멜로드라마인데 개울가에서 정장보다는 캐주얼이 잘 어울리는 로버트 레드포드가 살인 미소를 지으며 사랑하는 연인 메릴 스트립의 머리를 정성스레 감겨주는 장면은 당시 많은 여자들의 감탄을 질투와 찬사를 받은 바 잊었죠. 저도 아직 뇌리에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우리 식으로 말하면 일종의 ‘고품격 문예영화’라고 할 수 있겠죠.



이 영화의 흥행성공으로 힘을 받아 야심차게 만들었던 대작 [하바나]가 흥행에 참패하면서 한동안 슬럼프에 빠집니다. 절치부심 당시 떠오르는 젊은 배우 톰 크루즈와 함께 만든 [야망의 함정](The Firm)으로 재기하면서 건재함을 과시하기도 했죠. 제 2의 전성기를 맞아 왕성하게 활동하던 그는 지난해 여름 건강악화로 HBO에서 제작하는 TV 영화 [리카운트] 연출을 포기하고 투병생활에 들어갔습니다.

꾸준하게 다양한 영화를 만들고, 배우로 출연하고, 기획 제작하면서 할리우드의 존경받는 대선배로 많은 사람들과 활발하게 교류해 왔기에 많은 미국 영화인들이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하네요. 병석에 눕기 직전까지 자기가 몸담은 분야에서 사랑받으며 활약하는 아름다움 모습을 보여준 시드니 폴락 감독,

하늘나라에서 편히 잠드시길 바랍니다.
남상석 기자 ssnam@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