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적 요소를 삽입하며 역대 2위 영화 흥행 기록 갱신을 코 앞에 둔 "왕의 남자"의 흥행을, 동성애자들은 과연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CBS 라디오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진행 신율, 저녁 7시5분~9시)의 <포커스 그룹 인터뷰> 코너에서, 남성 동성애자들은 "왕의 남자"의 흥행에 대해 별로 달가운 뜻을 표하지 않았다.

동성애자 A씨는 "'왕의 남자'에 만약 동성애자들의 일상 생활이 반영된 이야기가 포함됐다면 관객들은 바로 거부반응을 느꼈을 것"이라면서 "순정만화식의 러브스토리를 남성간에 대입시킨 환타지 접근으로 마케팅을 해서 성공한 영화일 뿐"이라고 그 의미를 축소시켰다.

동성애자 B씨는 "'왕의 남자' 흥행 이후, 한중일 꽃미남 중 누가 제일 예쁜가 비교하면서 '여자보다 예쁜 남자' 이준기를 부각시키는 식의 이야기가 주로 나오는 게 현실"이라며 "동성애자는 뭔가 특별하고, 남다르고, 혹은 꽃미남 같아야 한다는 식의 사회적 이미지는 오히려 동성애자들을 불쾌하게 만든다"고 토로했다.

동성애자 C씨는 "이 영화에 담긴 동성애 코드를 그저 문화의 아이콘으로만 받아들일 게 아니라, 가족, 친구 등 주변에도 얼마든지 남모르게 동성애자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면서, "주변의 가족이나 친구, 지인이 동성애자라는 걸 알게 됐을 때,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나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동성애자 D씨는 "일반 대중문화에서 동성애자들을 묘사할 때, 이성애자와 똑같은 99%의 생활은 외면한 채, 뭔가 다르고 이상하게 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이성애자와 같은 보통의 사람으로서의 생활이 비쳐지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 이하 인터뷰 내용 ********************


▶ 진행 : 신율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
▶ 출연 : 이효숙 리포터

▶ 설문대상 : 남성 동성애자 커뮤니티 회원들


◎ 사회/신율
<포커스 그룹 인터뷰> 시간입니다. 오늘 주제는 뭔가요?

◑ 이효숙 리포터>
얼마전 군입대 동성애자를 상담한 군 간부가 해당 사병의 동성애를 밖으로 알리고, 스스로 동성애자임을 증명할 행위가 담긴 사진을 제출하라고 해서 논란이 됐는데요. 이 문제와 관련해서 남성 동성애자 커뮤니티 회원들과 만나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들어봤습니다.
제가 만난 분들은 거의 군에서 만기제대한 분들인데요. 대체로 군에서 제대한 지 5-7년 정도 되셨구요, 다른 동성애자 분들과도 이 문제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누셨다고 하는데요. 전에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 얘기를 직접 들어보시죠.


<인터뷰 내용>

- 면담할 때 저에 대한 얘기를 했는데, 상당히 큰 일로 보더라구요. 저렇게 살다가 우울증에라도 걸리면 자살할 수도 있다고 해서 제가 관심사병이 됐어요. 제가 원치 않는 전역을 종용받았고, 증거서류나 사진을 제출하라든가, 심지어 "네가 만나는 사람의 연락처를 알려달라"고도 했어요. 그래서 한달만에 나왔는데, 저를 자대로 안 보내고 계속 의무대에 있게 하더라구요. 화장실 갈 때도 누굴 같이 보내고, 밥 먹을 때도 환자들과 같이 먹게 했어요. 제가 아무런 병도 없고, 이상한 행동을 하지도 않는데 계속 감시하는 거에요.


◑ 이효숙 리포터>
이분의 경우 면담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털어놓게 됐는데, 그것이 개인사로 지켜지지 않고 폭로됐다고 합니다. 그리고 동성애자에게 요구하는 '인허보증서'란 게 문제인데요. 사회에서 자신이 동성애자로서 주변 사람들과 인간관계를 맺었다는 상황을 증명하는 자료를 요구한다고 합니다.

◎ 사회/신율
군대에서는 어떤 연유로 동성애자임이 밝혀지게 되나요?

◑ 이효숙 리포터>
대체로 큰 무리 없이 만기제대하는 경우도 많지만, 신병이나 이등병 때 면담 과정에서 그 고충을 얘기하다가 자연스럽게 얘기하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일단 그렇게 알려지면 상부에 보고되고, 의무대로 고립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군 내부에 그 사실이 알려지면 따가운 시선을 감수해야 한다고 하는데요. 그 얘기를 직접 들어보시죠.


<인터뷰 내용>

- 나도 똑같이 할 수 있는데 계속 나를 가둬두니까, "왜 쟤는 멀쩡한데 병원에 있냐"면서 말이 새어나갈 수 밖에 없죠. 제 앞에선 얘길 안하지만, 제가 없는 데선 "쟤 호모라면서? 재수없다"는 식으로 얘길 해요. 차라리 제 앞에서 얘기하면 스트레스를 덜 받겠어요.

- 의무대로 가서 군의관과 면담하는 과정에서 군의관이 "헌혈했냐?"고 묻길래 "했다"고 대답했어요. 그랬더니 군의관이 "왜 헌혈했냐, 큰일나면 어떡하냐"고 말하더라구요. 그런 말도 안되는 저급한 인식을 가진 경우도 있었구요, 강제적으로 에이즈 검사를 실시하게 되구요. "동성애자가 목숨을 끊었다, 너희들은 그러지 말아라"는 얘길 듣기도 했데요. 그런 얘길 들으면서 주변의 동료 병사들이 낄낄대니까 더 심한 모욕감을 느낀 경우도 있었다고 하구요.

- 저는 자연스럽게 알리게 됐어요. 서로서로 얘기하다가 알게 됐는데, 그게 남자 대 남자라기 보다는 사람 대 사람으로 하는 이야기죠. 그 동기들이나 후임들은 만나더라도 "애인있냐?"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저는 다행스러운 경우죠.


◑ 이효숙 리포터>
마지막에 말씀하신 분은 동료들에게 자연스럽게 커밍아웃을 했다고 말씀해주셨는데요. 대체로 동성애자임을 밝히면 의가사 전역 조치를 받게 된다거나, 정신병원에서 진찰을 받는다고 합니다. 이분들 말씀으로는 의가사 전역 조치 되는 것도 동성애자로서는 치욕적이라고 하는데요. 그 얘기를 직접 들어보시죠.


<인터뷰 내용>

- 동성애적 성향 때문에 면제받길 원하는 건 병역기피죠. 근데 군대 내 성폭력을 동성애자랑 연결시키는 건 문제가 있어요. 동성애자와 연관된 경우는 거의 없어요. 이성애자들이 욕구 때문인 경우가 태반이에요.


◑ 이효숙 리포터>
스스로 병역기피를 하는 게 아니라, 동성애자라고 낙인을 찍는 게 문제라고 합니다.
그리고 최근 성적 소수자가 대중문화 코드로 등장하면서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요. 이 부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들어봤습니다.


<인터뷰 내용>

- 남성들 간의 사랑을 생각하면서 마케팅을 하는 것 같아요. <왕의 남자>는 100% 그러는 것 같고. <왕의 남자>에 만약 동성애자들의 일상 생활이 반영된 이야기가 포함됐다면 관객들은 바로 "어떻게 저럴 수가 있어"라며 거부반응을 느꼈을 거에요. 순정만화식의 러브스토리를 남성간에 대입시킨 환타지 접근으로 마케팅을 해서 성공한 영화일 뿐이에요.

- 다양한 성적 지향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그래도 세상이 많이 바뀌었구나"라고 보여지긴 하는데요. 한중일 삼국 꽃미남 비교라면서 '여자보다 예쁜 남자' 이준기씨 같은 분이 나오는데, 마치 꽃미남이 아니면 동성애자가 아닌 것처럼 이야기하죠. 동성애자는 뭔가 특별하고, 남다르고, 혹은 꽃미남 같아야 한다는 식의 사회적 이미지는 오히려 동성애자들을 불쾌하게 만들어요.

- <왕의 남자>에 담긴 동성애 코드를 그저 문화의 아이콘으로만 받아들일 게 아니라, 가족, 친구 등 주변에도 얼마든지 남모르게 동성애자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합니다. 주변의 가족이나 친구, 지인이 동성애자라는 걸 알게 됐을 때,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나아갈 수 있으면 좋겠네요.

- 일반 대중문화에서 동성애자들을 묘사할 땐, 웃기고 푼수같은 모습만 비춰지니까요. 진지하고, 이성애자와 똑같은 99%의 생활은 외면한 채, 뭔가 다르고 이상하게 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이성애자들과 똑같은 상황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모습은 비춰지지 않아요.

▶진행:신율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월~토 오후 7시~9시)

CBS편성국

(대한민국 중심언론 CBS 뉴스FM98.1 / 음악FM93.9 / TV CH 412)
노컷뉴스 2006-02-2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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