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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P3로 편리함을 얻고 추억을 잃다. |
| 글쓴이 : 하늘아이
글쓴날 : 05-07-19 13:24
1963번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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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는 새기술의 바탕이 되고, 새 기술은 새 문화의 변화를 이끄는 힘이 된다. 문화의 변화는 생활 양식을 변화를 가져온다. LP판에서 CD로, CD에서 MP3로 변화는 개인의 하루 일과를 바꾸고, 작은 손동작 하나마저 변화시킨다. LP와 CD를 다루던 시절에는 눈으로 앨범 재킷을 보고 손으로 CD를 꺼내고 닦으며 트레이를 넣었다. CD를 넣으면 다시 꺼내기 싫어 한 면이 끝날 때까지 듣는 경우가 많았다. 소장한 판도 몇개 되지 않았기에 꼭 들어야 할 앨범만 구입했다. 어떤 노래가 어떤 판의 몇 번째 트랙에 실였는지 기억하며, 동시에 앨범의 그림이 떠오른다.
MP3 시절이 되면서 사람들은 파일이름을 보고 고른다.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P2P로 받거나 MP3사이트에서 구입한 파일이 쌓인다. 잠깐씩 들어보고 별로라 생각하면 삭제해버리고 또 다른 노래를 고른다.노래에 대한 기억은 고사하고, 내가 들었던 노래인지도 혼동된다.
몇 년 전만 해도 우리는 삐삐 차고 시티폰에 열광했다. 변화는 너무 빠르게 왔다. 하지만 이런변화는 불과 몇 년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시티폰 중계기가 공중전화 상자마다 붙기 시작했으며, 초고속통신망이며 PCS 휴대전화는 구경도 못해봤고 MP3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것이 1997년의 봄 풍경이다.
2000년 몇 달 앞 두고서야 MP3 플레이어가 등장했는데, 그때도 잡지에서는 56K 모뎀과 64K ISDN을 광고하고 있었다.인터넷과 휴대폰, 디카, MP3 등의 디지털 분화는 5년도 안 되는 기산 동안 일어난 것이다. 이제 길거리에서 삐삐, 워크맨, CD플레이어를 들고 다니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사람들은 휴대폰과 디지털 카메라 MP3 플레이어를 들고 다닌다.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불과 6년전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워크맨, 필름카메라와 관련된 일에 종사했던 것이 분명하다. 아날로그 시대를 살았던 그들은 밀려나고 디지털 시대 직업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수 백 명의 가족과 연인이 디지털 카메라로 필름 걱정 안하며 쉴 새 없이 찍어댄다. 누구도 사진사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하지 않는다. 그 사진사는 단지 자신이 수 십 년간 했던 일이기에 오늘도 완장을 차고 그 자리에 나 와 무표정한 표정으로 디카족의 사진찍기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변화는 너무 빨랐고 준비 안 된 사람은 밀려났다.
<img src=http://www.imation.co.kr/zine/0507/digitallife/images/mus_text01.gif>
돌은 수 억 년 종이는 수 만 년 보관이 가능하다. 자석인 지구 영향을 받아 비디오테이프는 가만 두어도 화질이 크게 떨어지며, 플로피 디스크는 몇 년만 지나도 자료가 손상된다. CD도 몇 십 년을 보장하지 않으며, 레코더로 구워 만든 백업 CD의 수명은 더욱 짧다. 디지털의 보관력은 돌과 종이보다 훨씬 떨어지는 것이다. 손상에 대한 피해도 디지털이 크다. 종이나 LP 일부가 깨지거나 불에 타도 나머지 는 보관된다. 하지만 디지털은 1비트만 손상 입어도 전체가 사라진다. 또한 돌과 종이 사진은 아무런 장비 없이도 판독이 가능하다. LP와 CD는 장비가 있어야 판독할 수 있다. 50년 뒤에 LP나 CD는 컴퓨터 파일보다는 낫다. 아래아 한글 1.0파일을 읽으려면 도스시절의 컴퓨터와 운영체제 해당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이처럼 디지털은 믿을 수 없다. 파일을 여러 개 복제해 보관한다거나 하위 호환성이 있으니 옛날 형식을 최신 프로그램에서 지원할 것이라고 믿는 것도 어리석은 일이다. 새로운 코덱이 나올 때마다 코덱을 계속 추가만 하다보면 코덱파일의 덩치가 하드 하나를 차지할 것이다. 안 쓰는 구형 코덱을 제외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불과 몇 년 전에 봤던 동영상 파일을 지금 다시 보려고 하면 볼 수 없다. 예날에 사용했던 코덱이 요즘 플레이어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애플 시절이 아니라 윈도 3.1/95용으로 만든 웨딩 CD과 돌잔치 CD조차 윈도 XP에서 볼 수 없다.
새로운 형식으로 파일 형식을 변환하면서 보관하면 된다고 믿는 사람도 어리석다. 수 만 개나 되는 그림 파일과 MP3 파일을 새로운 형식이 나올 때마다 변환해가는 수고를 하면서 보관할 사람은 거의 없다. 애플이나 NSX 시절의 그림파일을 계속 변환해가면서 지금의 bmp, jpg로 보관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는가?
디지털 파일은 그때그때 소비하는 파일이다. 당시에 좀 쓰고 버리는 것이 디지털 파일의 운명이라 생각하라. 고용량 매체와 고속전송이 등장할 때마다 이전 형식은 버려진다. VCD와 저해상도의 동영상이 그랬고, 애드립이며 코복스 파일이 그랬던 것처럼 몇 년 후에는 MP3도 버려질 것이다.
<img src=http://www.imation.co.kr/zine/0507/digitallife/images/mus_text02.gif>
백 번 양보해 끈질기게 파일을 변환하면서 몇 년 전의 그림 파일과 동영상을 지금까지 변환하면서 보존했다고 치자. 그 질은 어떠한가? 압축형식을 이용했다면 변환이 이루어질 때마다 손실이 가증될 것이다. 처음의 그 화질, 음질을 유지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꼭 보존해야 할 파일이라면 압축되지 않은 원본으로 보존하거나 원본과 함께 보존하라. CD가 MP3보다 좋은 이유는 이 때문이다. 필름사진이 jpg보다 좋은 이유는 이 때문이다. CD는 언제든지 새로운 형식의 소리 파일로 변환 할 수 있다. 필름과 사진은 일반스캐너나 필름 스캐너, 심지어 디카를 이용해 언제든지 고해상도의 bmp, jpg 파일로 변환할 수 있다. 그러므로 중요한 파일은 압축형식을 사용하지 않는 wav 파일이나 bmp 파일 형식을 이용해 보관하라. 파일의 크기는 크지만 압축되지 않은 파일이므로 언제든지 다른 압축형식으로 변환할 수 있다. 하지만 일단 압축된 MP3는 제 아무리 천재라도 원래의 음질로 되돌릴 수 없다. 손실압축 파일은 경제성을 따져 소비하는 파일에만 사용하라. 가족의 역사를 보관할 때는 돈이 더 들더라도 압축하지 않은 원본으로 보존하는 것이 마땅하다.
<img src=http://www.imation.co.kr/zine/0507/digitallife/images/mus_text03.gif>
오늘날 음악은 몇 백원 또는 월 몇 천원의 비용만으로, 클릭 한번으로 쉽게 구할 수 있다. 똑같은 사진과 음악을 동시에 수 천명에게 전송할 수 있고,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디지털은 너무 편리하다. 그러나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법이다. 쉽다는 이야기가 성취욕의 감소를 뜻하는 것처럼 편리함은 우리의 행복과 추억을 댓가로 가져간다.
국악 1집 CD를 구하기 위해 신사동의 SKC 매장까지 찾아갔던 1987년 봄날의 신사동 언덕길 풍경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유리창으로 떨어지는 비를 볼 때마다 선물로 받은 햇빛촌의 앨범을 꺼내며 그 친구를 떠올리기도 한다. 촌스러운 팝송가수에 대한 기억을 떠올릴 것이다. 30년 전의 앨범 사진과 오늘밤 TV에서 '호텔 캘리포니아'를 부르는 이글스의 모습을 보면서 저들도 나도 함께 늙어가는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기계도 사람도 함께 늙어간다. CD, 테이프, LP를 보면서 우리는 가수에 대한 추억, 나에 대한 추억, 사랑했던 사람에 대한 추억을 함께 떠올린다. 눈으로 볼 수 있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CD는 음악만 담는 제품이 아니라 추억과 행복도 담는 제품이다.
그러니 P2P로 MP3를 받고, 음악 사이트에서 클릭 한번으로 MP3를 받는 세상에서 이런 추억을 함께 하기란 어렵다. 수 십 년간 보관했던 CD가 깨질 때의 상실감은 단지 1만원의 상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지털 세계에서는 다시 받으면 된다. 수 십 만곡이 네트워크에 늘 존재한다. 눈에 보이지 않고 손으로 만질 수 없는 디지털 세계는 유형의 아날로그 세계가 줄 수 있는 것을 주지 못한다. 무엇이 더 행복한 삶인가? 디지털문화는 편리한 문화지만 행복한 문화라고 말할 수는 없다.
<img src=http://www.imation.co.kr/zine/0507/digitallife/images/mus_text04.gif>
빌게이츠가 비디오를 주축으로 한 멀티미디어에 집중했을 때 스티브잡스는 음악에 전력을 집중했고, 그 차이는 애플의 성공으로 나타났다. 스티브잡스는 왜 음악에 집중했을까? 그의 대답은 다음과 같다.
"아무리 좋아하는 영화도 수 천 번 볼 수는 없습니다. 다섯번 정도 보면 많이 본 것이죠. 그러나 좋아하는 노래는 수 천 번을 들어도 좋습니다."
<img src=http://www.imation.co.kr/zine/0507/digitallife/images/mus_img02.jpg align=left> 영화와 달리 좋아하는 음악은 하루에도 수 십 번 듣는다. 음악을 듣는 이유는 행복해지기 위해서다. 그런데 MP3를 들으면서 주변 사람과 함께 즐겁고 행복해하는가? 혹시 남보다 성능이 뒤떨어지는 MP3 플레이어를 샀다고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행복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멋진 제품을 소장하거나 과시하는것으로 행복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이라면 비싸고 멋진 MP3플레이어를 구입하는 것이 행복할 것이다.
하지만 좋은 가수의 좋은 노래를 좋은 음질로 들으면서 행복을 느끼려는 사람이 월씬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남들이 천곡을 넣을 수 있는 MP3플레이어를 들고다닐때 겨우 10곡이 들어가는 MP3 플레이어를 들고 다닌다고 불행할 이유가 없다. 내가 좋아하는 10곡을 언제나 들을 수 있다면 충분한 것 아닌가? 정말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보자. 편리함, 소유를 통한 행복, 노래를 통한 행복, 추억과 교감 중 어느 것인지 명확하게 인식하도록 하자. 그래야만 자신의 목표에 어울리는 디지털 소리 문화를 제대로 즐기면서 행복해 질 수 있을 것이다. 명백한 사실 하나는 대부분의 사람은 MP3플레이어의 성능을 시험하려고 음악을 듣는 것이 아니라, 행복해지려고 음악을 듣는다는 것이다.
[출처 : pcline 2005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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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있어 세상은 아름답다
MP3로 편리함을 얻고 추억을 잃다.
가족의 신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