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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풍시인 천상병 |
| 글쓴이 : 하늘아이
글쓴날 : 05-06-16 13:13
2080번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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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병 시인만큼 숱한 화제를 남겼던 시인도 드물 것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가 막힌 일은 살아서 ‘유고 시집’을 냈다는 것.
1967년, 당시의 중앙정보부는 이른바 ‘동백림 사건’을 발표했다. 동베를린을 거점으로 북한이 남한의 독일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포섭 활동을 했다는 것. 여기에 연루되었던 강빈구와 천 시인은 서울대 상대 동문이자 친구사이였다. 천 시인도 강빈구에게서 그가 독일 유학 중 동독을 방문했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천 시인에게는 평소 다른 문인들에게 막걸리 값으로 몇백 원씩 애교스러운 갈취를 하던 버릇이 있었고 강빈구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는데 이게 나중에 공작금으로 둔갑하면서 천 시인은 6개월간의 옥고를 치르게 되었다. 사정을 아는 사람들은 어이없는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지만 이 사건으로 인해 천 시인은 충격을 받고 명동이나 종로를 떠돌아다니게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그가 보이지 않았단다. 친한 문인들이 수소문을 해 봤지만 별 소득이 없어, 결국 그들은 천 시인이 죽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그들이 그의 작품 60여 편을 모아 《새》라는 유고 시집을 출간한 얼마 뒤 놀랍게도 천 시인은 백치 같은 무구한 웃음을 흘리며 다시 친구들 앞에 나타났던 것. 거리에 쓰러져 있던 그를 당시 흔했던 행려병자로 오인하여 서울시립정신병원에 수용하는 바람에 벌어졌던 해프닝이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후에도 천 시인의 요절복통할 ‘기행’은 계속되었고, 세상사에 바쁜 세인들은 그의 행적에 좀 진력이 났는지 그를 ‘기인’, ‘괴물’, ‘흉물’, ‘광인’ 심지어 ‘걸인’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반면에 그를 아는 사람들은 천 시인을 ‘천재 시인’, ‘매우 선한 평화주의자이자 낙천주의자’, ‘먼 우주의 어느 공간에서 어쩌다 지구에 잘못 떨어진 별의 씨앗’으로 표현했다.
사람들이 뭐라하든, 세상사에 별 관심이 없었던 천 시인. 그는 1993년 자신이 쓴 시처럼 이 세상에서의 소풍을 끝내고 하늘로 돌아갔다.
오랜만에 소풍을 떠나는 기분으로 그의 대표작인 《귀천》을 천천히 음미해 보자.
귀천(歸天)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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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시인 천상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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