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만에서 1,000만명 정도가 살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1만년 전에는 1만2000개의 언어가 지구상에 존재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60억이 넘는 사람들이 서로 어깨가 닿을 만큼 비좁게 살고 있는 요즘은 6,800개만 남아있다고 합니다. 언어에도 종(種)이 있으니 이것은 엄연한 언어의 멸종이지요. 앞으로 가속이 붙어 금세기 말에는 90%까지 사라질 것이라고 합니다. 지금 지구촌에서는 2주에 한 개꼴로 언어가 사라지고 있답니다.

우리 글과 말은 어떻습니까. 우리는 영어 못하는 것은 부끄러워하면서도 우리 말과 글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게 여깁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거대 언어권의 삼투압에 우리도 빨려들어갈지 모르겠습니다. 세계화에 능동적으로 편승하고, 인터넷 왕국을 건설하기 위해 영어를 공용어로 쓰자는 사람까지 생겨나고 있으니 말입니다.

오늘 슈퍼볼 영웅 하인스 워드가 돌아갑니다. 그의 출국은 떠나감이 아니라 돌아감입니다. 그는 한국을 제대로 품을 수 없었습니다. 한국인의 피를 받았고, 그도 한국에서 태어남이 자랑스럽다고 말하지만 그는 진정한 한국인이 될 수 없습니다. 왜냐면 한국의 글과 말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더듬거리는 `산토끼" 노래에 그나마 한국이 묻어 있어 반가웠습니다.

다인종시대가 펼쳐진다고 합니다. 다인종을 하나로 엮을 수 있는 끈은 역시 말과 글이 아닐까 합니다. 대화에도, 메일에도 부디 우리 말 정품이 유통되기를 빌어봅니다. 말이 건강하면 민족이 건강합니다.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는 이 땅에서 영원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김택근/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