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작가들에게 예외 없이 적용될 문제는 작품이 문제와 질문을 만들 줄 모른다는 것입니다. 묘사력도 있고 문장력도 있는데 다 읽고 나면 우리를 자극하는 어떤 문제도 질문도 담겨있지 않습니다. 세계와 인간에 대한 질문이 문장의 형태로 작품 속에 명시적으로 나타나야 한다는 주문이 아닙니다. 보이지 않게 배후에 깔려 있어야죠. 아, 이 작가는 이 문제를 건드리고 있구나, 이것을 파고들고 있구나, 이것을 자기 체험의 언어로 서술하고 있구나, 독자가 그런 식으로 느낄 수 있게 해주어야 합니다.

-평론가 도정일의 말-

 
순수문학이 위기를 맞았다고 합니다. 한없이 가벼운 세태, 그 세태를 개탄하면서도 우리네 작가들은 적당히 타협합니다. 아니 그런 흐름에 은근히 몸을 담그거나 아예 야합하는 부류들도 있습니다. 요즘 작가들이 생산해내는 작품들은 이름을 지우면 누구의 작품인지 모를 정도로 그만그만합니다. 진지한 성찰과 물음은 이 시대에 진정 고루한 것인가요?

요즘 출판계는 소위 `스타마케팅"이 극성을 부린다고 합니다. 글 내용보다는 누가 썼느냐를 더 따진답니다. 유명한 스타들이 책을 내면 무조건 팔려나간답니다. 모두 화사한 것, 유명한 것만을 좇습니다. 누가 사면 덩달아 삽니다. 무리에 섞여야 안심하는 `덩달아 삶"의 한 양태가 아닐런지요.

언제부터인지 꽃이 '철'없이 피어난다고 합니다. 복숭아꽃, 살구꽃, 진달래꽃이 무더기로 피어나 봄날이 찬란하기 그지 없습니다. 그 자태가 너무 화려하여 눈이 부십니다. 그런데 정작 벌과 나비가 찾아오지 않습니다.

한국 문단, 출판계, 꽃들이 비슷해 보입니다. 왜 쓰는지, 왜 팔리는지, 왜 피는지 모르는 것 같습니다.

〈김택근/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