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장국에 목숨을 거는 집" "맛 없으면 내 얼굴에 침을 뱉어라". 음식점들이 내건 글귀가 비장합니다. 물론 맛있는 음식을 만들겠다는 각오를 탓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들어가 편하게 음식을 넘길 분위기는 아닌 것 같군요. 목숨까지 걸었는데 맛 없다고 투정할 수도, 침을 뱉을 수도 없는 일이니까요.

요즘처럼 음식이 TV화면을 점령했던 적은 없었습니다. 채널마다 지지고 삶고 굽고 튀기고 볶습니다. 음식점마다 `TV에 나온 집"이라고 크게 써붙여놓습니다. 이 집 저 집 내걸다보니 TV에 나온 건 자랑거리도 아닙니다. 그래서 `TV에 안나온 집"이라고 써붙여 호기를 부리는 집도 생겼습니다.

우리처럼 음식이 유행을 타는 나라도 없을 듯합니다. 새로운 메뉴에 탐닉하고 이내 식상합니다. 너도 나도 삼겹살을 굽더니 어느 날부터 조개구이집을 찾고, 해물탕을 끓이더니 막회집으로 몰려갔습니다. 요즘은 어떤 메뉴가 구미를 당기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우르르 몰려갔다가 이내 시들해집니다. 음식점도 막차를 타면 망한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음식점 주인이, 음식점 간판이 수시로 바뀝니다.

`서울에서 두번째로 맛있는 집" `할머니가 물려주신 집" `김치만은 맛있게 담그는 집". 이런 음식점은 들어가 맛을 보고 싶습니다. 은근한 뽐냄이 밉지 않습니다. 음식맛은 억지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우러나는 것이고, 그 맛은 정성에서 완성되는 것입니다. 몇 십년을, 대를 이어 음식을 지키는 그런 집이 우리 곁에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김택근/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