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사는 새들은 전통적인 느린 가락의 노래를 부르지만 도시의 새들은 짧고 빠른 `랩"풍의 노래를 부른다고 합니다. 네덜란드 라이덴 대학 연구진은 런던, 파리 등 10개 도시의 새들은 모두 최저 주파수가 높은 짧은 노래를 부르고, 숲에 사는 새들은 일반적인 곡조의 느린 노래를 부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나무들은 어떨까요? 겨울 한 복판에 들어왔는데도 길 가에 서 있는 플라타나스는 아직 잎을 떨구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걸 쳐다보면 아직 겨울 속으로 들어가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소음과 매연과 도시의 열기에 시달리며 `철"을 잃어버린 나무들은 언제 잠이 들까요? 자세히 보면 잎이 똑 똑 떨어지지 않고, 나무에 붙어 시나브로 말라가고 있습니다. 정말 볼 품이 없습니다.

저 나무와 새들이 시작과 끝이 불분명한 도시의 삶을 되돌아 보게 합니다. 떠나겠다고 다짐하면서도 떠나지 못하는 우리네 모습을 닮았습니다. 무엇엔가 늘 쫓기고, 뛰어다녀야 하고, 악을 쓰면서도 서서히 말라가는 우리들- 도시인들. 우리도 `철"을 잃어버린 것은 아닐런지요?

〈김택근/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