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주일에 한 가족이 모두 모여서 제대로 밥을 먹는 것도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잦은 아버지의 출장과 기숙사 학교에 재학 중인 동생, 이것 저것 일로 바쁜 나와 그 시간에 다 맞추기 위해 가장 고생하시는 어머니. 우리 가족은 다들 어찌나 바쁜지! ‘가족’이라는 공동체가 예전만큼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하는 가정이 대다수인 요즘이다. 일상에 치여 사는 현대인에게 가족공동체의 의미는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지만, 현실은 그 의미를 제대로 되새길 여유조차 허락하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러한 대세에 대한 반발과 주 5일제로 인한 여가 활동이 활성화되면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창조해가는 사람들이 있으니, 이들을 바로 ‘네스팅족(nesting族)’이라 한다.

네스팅족은 가족의 단란한 관계를 무엇보다 중요히 여기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주말에 아이들에게 많은 경험을 쌓게 해주고, 평일에도 일찍 퇴근해 집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다.

요즘 6년째 붙어 다니는 고등학교 단짝 친구들과 얘기를 할 때 미래의 가정 생활에 대한 얘기가 자주 화제가 되곤 한다. 그럴 때면 일을 비롯한 자기계발의 계획만이 너무 많아 가족에 대한 생각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나를 비롯한 친구들과 그에 반해 ‘네스팅족스러운’ 가정을 꾸리겠다는 계획을 얘기하는 친구가 비교되곤 한다. 그리고 일과 가정 모두를 여유롭게 성공적으로 꾸려나가기에는 한국의 현실이 너무나도 열악하다는 불만 아닌 불만(?)을 쏟아내기도 한다.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말일 수도 있다. 아직까지 한국의 여가 산업은 가족동반으로 여행이나 취미생활 한 두 가지만 하더라도 재정적인 압박이 상당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재정적 능력’이 겸비되어야만 가족적인 삶을 추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가족과의 따뜻한 한 끼 식사, 대화 한 마디가 바로 네스팅족으로서의 기본 태도가 아닐까. 가화만사성. 가정에서의 여유를 찾으면 사회활동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는 네스팅족의 생활 태도는 나에게 많은 것을 깨닫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