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는 자식들이 많아서, 챙길 사람이 많아선지 나한텐 전화도 잘 안하신다.
뭐 나도 잘 안하고….
그런데 우리 엄마가 내가 강릉에 내려온 후로 전화를 자주하신다.
첨엔 좀 할 말도 없고 그냥 저냥 끊었는데 요즘은 서로 이말했다, 저말했다….
정신없이 이삼십분이 흐르고서야 끊는다.
이 변화는 (그러니깐 엄마와 떨어져 산지 20여년동안 해왔던 것과는 다른) 내게 잡히지 않는, 약간은 묘한 기분을 주고는 잊어버리곤 했다.
어젠 네시간 반을 차를 타고 전주 갔다 세시간 움직이다 다시 강릉으로 네시간 반 차를 탔다.
차안에서 기나긴 시간동안 읽어내려간 책들에서
"이거였구나!"
머리를 딱 치는 이야기가 있었다.

할머니가 남편을 40대에 천식으로 잃고
아들들을 간암등 모두 병으로 잃고
혼자 주위의 도움을 받아 컨테이너 집에서 살고 계신단다.
누군가 할머니의 집에 방문했다가
벽을 가득채운 사진들을 보고서 다 누구냐고 물었더니
모르는 사람들이야 하시더란다.
왜 이렇게 모르는 사람들 사진을 붙여놨는지 다시 물으니
말벗을 하려고 붙여놨단다.

오직 사람이 그리웠으면, 외로웠으면
모르는 사진 속 사람들 하나 하나에 말을 걸며
외로움을 달랬을까

버스 창밖으로 눈 얹힌 나무들을 흘려보내면서
찔끔 찔끔 눈물이 난다
이거 였구나
우리 엄마도….
외로웠구나 우리 엄마도….

몰랐다
그렇게 당연한거 하나 알아채지 못하고
몰랐다.

〈아침글밭가족 정영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