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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여행기] 태초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미얀마 인레 호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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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하늘아이
글쓴날 : 06-05-22 02:32
3602번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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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많은 것이 베일 속에 가려져 있는 미얀마. 그곳으로 이동하려면 동남아시아의 주요 국제공항을 경유해야만 입국이 가능하다. 방콕에서 미얀마의 관문인 양곤까지는 항공기를 이용할 경우 불과 1시간 정도면 도착할 수 있지만 양곤에서 인레 호수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요구된다. 양곤에서 인레 호수까지 가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다. 항공기와 기차, 버스를 이용하는 방법으로 버스와 기차를 이용할 경우 꼬박 20시간 이상이 소요되기 때문에 가능하면 항공편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양곤에서 국내선 항공기를 이용하여 동북쪽으로 1시간 남짓 이동하면 인레 호수로 통하는 첫 번째 관문인 헤호(heho) 공항에 이른다. 우리네 시외 버스터미널이 연상되는 작은 공항에서 인레 호수의 거점 마을인 양쉐(Nyaung Shwe)로 가려면 유일한 교통수단인 택시를 타야한다. 헤호 공항에서 양쉐로 이어지는 풍광은 타임머신을 타고 어린 시절로 여행을 떠나온 듯한 기분을 느끼기에 충분해 보인다. 뿌연 먼지로 가득한 비포장도로와 자갈밭, 그리고 비포장도로보다 더 형편없는 울퉁불퉁한 포장도로는 이곳이 새삼 오지임을 피부로 감지하게 해준다.
이제는 아련한 추억 속에서나 접할 수 있는 풍광을 따라간지 2시간 남짓, 멀리 인레 호수의 거점 마을 양쉐가 보이기 시작한다. 매연을 뿜어내며 좁은 신작로를 질주하는 고물 자동차와 자전거, 우마차만 보아도 지금까지 보았던 마을들과는 사뭇 다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외국인의 출입이 금지되었던 미얀마 최고의 비경인 인레 호수로 접근하는 통로는 여러 곳이 있지만 대다수의 이방인들은 양쉐로 들어와 이곳에 숙소를 잡고 호수와 인근 지방을 둘러본다.
길이 22킬로미터에 폭이 11킬로미터에 이르는 인레 호수의 북쪽 끝자락에 위치한 양쉐는 해발 875미터 지점에 터를 잡고 있다. 호수를 따라 늘어선 가옥과 상점, 카페, 숙박시설 등 신작로와 호수로 이어지는 양쉐에는 흥미로운 볼거리가 산재되어 있지만 방문객들이 찾는 곳은 호수 주변의 불교 유적지와 드넓은 호수 그 자체다.
깊은 신앙심을 간직한 사람들의 터전답게 인레 호수 주변에는 다양한 불교 유적지가 산재해 있다. 줄잡아 수십 곳에 이르는 유적지가 있지만 대표적인 곳을 꼽으라면 누구나 인뗑 사원과 점핑 캣 사원, 파웅다우 사원을 선택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양쉐에서 보트를 타고 서쪽으로 2시간쯤 이동하면 인뗑(Indein)이라는 아주 작은 마을을 만날 수 있다. 주변 풍광과 잘 어우러진 농가를 지나면 지금까지 보았던 풍광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잠시 다른 세상에 들어온 듯한 착각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그리스 신전을 연상시키는 끝없이 이어진 회랑도 그렇고 노점에서 판매하는 각종 토산품 또한 양쉐와 인근 유적지에서 거래하는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이방인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인뗑 유적지는 아직 관광객의 발길이 닿지 않은 유적지 중의 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약 500미터에 이르는 회랑 좌우에 조성된 크고 작은 탑은 줄잡아 300~350기에 이른다. 흔적조차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된 탑과 완벽한 상태로 보존되어 있는 탑이 뒤섞인 유적지를 둘러보다 보면 참으로 흥미로운 사실을 하나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어느 탑이건 다양한 조각과 부처가 모셔졌다는 사실. 일반적으로 탑에는 측면에 조각이 장식되어 있으나 인뗑의 탑은 중앙에 공간을 따로 마련해 그 곳에 부처님을 모셔놓은 점이 특이하다. 유적지에 대한 자료가 남아 있지 않은 관계로 인뗑 유적지는 아직까지 베일에 숨겨진 유적지 중의 한 곳이다. 다만 많은 학자들은 동서양의 건축양식이 혼합된 점으로 보아 10세기경 유적지로 추정하고 있을 뿐 정확히 밝혀진 것은 하나도 없다.
유적지 주변 마을에서는 아직도 전통적인 삶을 살아가는 인따 족을 만날 수 있다. 산 속에서 농사를 짓고 채집한 약초를 판매하며 살아가는 인따 족. 그들은 자신들이 재배한 쌀을 이용하여 술과 과자를 직접 만들어 먹는 등 생활 전반에 걸쳐 쌀을 많이 활용하고 있다. 한편 이들의 삶 역시 여느 소수민족들처럼 아이를 키우거나 가축을 돌보는 남성대신 여성이 훨씬 활동적으로 움직인다는 점이다.
인뗑 유적지에서 양쉐 사이에는 파웅다우 사원 유적지가 있다. 12세기 때 건설된 파웅다우 사원은 인뗑의 유적지와 다르게 비교적 보존상태가 뛰어나다. 어느 유적지보다 보존상태가 뛰어난 파웅다우 유적지는 사원도 사원이지만 주변에 흩어져 있는 수상가옥과 주민들의 다양한 삶을 둘러보기 위한 방문객들이 더 많다. 파웅다우 마을의 최고 명소는 가내공업형태를 갖춘 무명 공장이다. 한 집 건너 한 집이 천을 짜는 공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곳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주업은 수경재배를 하는 농부들이다.
농번기를 제외하고는 마을에 거주하는 아낙이라면 누구나 천 짜는 일에 종사하고 있다. 풍요로운 집에서는 천 짜는 기계를 구입하여 천을 짜고, 상대적으로 어려운 가정에서는 공장에 나가 천 짜는 일을 한다. 매일 10여 시간씩 천을 짜서 받는 급료라고 해 보았자 월 20,000~25,000원 수준이지만 일반 남성 직장인이 받는 급여가 월 30,000원 정도의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제법 고수익에 해당된다.
파웅다우 사원이 자리한 마을에서 보트를 타고 약 20분쯤 이동하면 점핑 캣 사원이 나온다. 승려들이 기르는 고양이들의 점프 묘기로 인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오래된 목조건물과 불상을 제외하고는 특별히 자랑할 만한 것이 없었던 이곳에 방문객들이 찾아오게 된 것은 주지스님이 사원에서 고양이에게 점프 시범을 실시하면서부터다.
인레 호수를 관람하다보면 작은 배를 타고 어디론가 이동하는 주민들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작은 배를 타고 등하교하는 모습도 보이고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기 위해 시장으로 이동하는 주민들도 보인다. 그 중에서도 호수 중간에 조성해 놓은 농장으로 이동하는 주민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인레 호수에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넓은 농장이 조성되어 있다. 수경재배를 목적으로 호수 안에 조성해 놓은 농장은 줄잡아 10여 곳이 넘는다. 규모에 따라 조금 차이가 있지만 농장 하나의 규모가 족히 수만 평에 이른다. 대나무를 밭고랑처럼 엮은 후 그 위에 흙을 올려 농토를 만들어 채소를 재배하고 있는 농장은 보면 볼수록 신비롭게 느껴질 정도다. 호수 위를 질주하는 보트의 물결을 따라 출렁이는 농장을 보고 있노라면 조금은 불안해 보이나 조금 가깝게 접근하여 살펴보면 그들의 지혜로운 농사기법에 그저 탄성만 토해내게 된다.
수경재배 농장이 조성된 구역은 비교적 수심이 낮다. 수심 2~3미터 지점에 조성해 놓은 농장은 파도로부터 작물을 보호하기 위하여 외곽을 대나무와 흙으로 만든 나지막한 방호벽을 조성해 놓고 있다. 하지만 실제 농산물을 재배하는 곳은 방호벽으로부터 5~6미터쯤 떨어져 있어 매우 안전하다. 인레 호수에서 재배되는 농산물은 계절에 따라 다르다. 비가 많이 내리는 우기에는 오이를 재배하고 건기에는 토마토를 많이 재배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특수한 식품을 재배하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 농장에서는 오이와 토마토를 재배하고 있다.
인레 호수에는 위에서 언급한 것 외에도 흥미로운 볼거리가 즐비하다. 그 중 가장 독특한 것이 호수에서 물고기를 잡는 어부다. 인레 호수에서 물고기를 잡는 어부들은 아주 특이한 방법으로 물고기를 잡는다. 이들은 선 채로 한쪽 발로 노를 저어 이동하면서 그물로 고기를 잡는데 이런 풍습은 호수가 너무 넓어 방향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옛날부터 전해져 내려오던 방법에서 비롯되었다.
미얀마 동북쪽에 자리한 인레 호수는 최후의 낙원이다. 어느 곳을 방문해도 태고의 모습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는 인레 호수. 많은 사람들이 인레 호수를 최후의 지상 낙원이라고 말하는 것은 단순히 때 묻지 않은 아름다운 풍광이나 관광객의 발길이 닿지 않은 유적지 때문만은 아니다. 인레 호수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진짜 이유는 처음 접하는 이방인을 오랜 친구처럼 대해주는 그들의 미소가 있기 때문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글·사진_이형준(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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