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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하늘아이
글쓴날 : 04-12-23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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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란드 태생의 작곡가이자 바이올리니스트 시벨리우스가 조국 핀란드에 대한 사랑을 가득 담아 작곡한 <핀란디아>의 잔잔한 멜로디를 기억하는 이라면 핀란드의 아름다운 풍경을 떠올리기가 한결 쉬울 것이다.
우리에겐 그저 산타클로스가 사는 마을을 가지고 있고, 최근에서야 ‘자일리톨’과 ‘노키아’라는 브랜드로 조금이나마 친숙해진 나라이지만, 핀란드는 세계에서 투명지수 1위의 명예를 누리고 있는 전원의 나라이자, 매년 12월이면 전 세계에서 2백만여 명의 여행자가 찾을 만큼 겨울이 아름다운 나라이다.
평화롭기 이를 데 없는 풍경과 달리, 핀란드는 늘 강대국에 밀려 자신을 지켜야 했던 아픈 역사를 가진 나라이기도 하다. 1809년에야 비로소 750여 년 간 계속된 스웨덴의 통치에서 벗어났지만, 이후 구소련과의 오랜 전쟁으로 역사적인 유물과 건축물을 대부분 잃었다. 때문에 많은 볼거리를 기대하고 핀란드를 찾는다면 적지 않은 실망감을 맛볼 수도 있겠지만, 풍부한 자연 유산과 핀란드만의 독특한 겨울 분위기, 훈훈한 정이 넘치는 핀란드인들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핀란드의 국가 브랜드는 ‘노키아’나 ‘자일리톨’이 아니다. 핀란드를 대표하는 두 브랜드를 위협할 정도로 거센 겨울 열풍을 불러일으키는 진원지는 다름 아닌 ‘산타 마을’이다. 산타 마을은 랩랜드 주(州)의 주도인 로바니에미(Rovaniemi)의 애칭으로, 로바니에미 근교에 일년 내내 산타클로스가 상주하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수도 헬싱키에서 약 800㎞ 떨어진 로바니에미는 우리나라의 ‘읍’에 해당할 만큼 작은 마을이지만, 이곳을 찾는 관광객 수는 한 해 1백만 명으로 무려 40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테마 관광지이기도 하다. 산타클로스는 3세기경 성직자였던 성 니콜라스(Saint Nicolas)에게서 유래된 이름으로, 빨간 모자와 옷차림, 흰 수염이 달린 지금의 모습으로 알려진 것은 바로 코카콜라 사(社)의 광고 모델로 등장하면서부터이다. 특별히 인연이 없는 로바니에미가 산타 마을의 본거지가 된 데에는 세계 모든 어린이들이 어딘가에 있을 산타클로스에게 편지를 보낸 데서 시작된다. 편지가 늘어남에 따라 답장을 써야 할 단체가 필요했고, 이러한 단체는 스웨덴이나 노르웨이에도 있지만 핀란드의 로바니에미가 가장 훌륭하게 소화해냈기 때문이다. 흡사 토끼의 귀를 닮은 로바니에미의 지형은 사실 산타클로스의 귀 모양이며, 받고 싶은 선물을 말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한 것이라는 재미있는 전설이 전해진다.
로바니에미에서 가장 먼저 들러보아야 할 곳은 당연 산타클로스 우체국. 매년 전 세계에서 산타클로스에게 보내는 수십만 통의 편지가 이곳으로 배달되고 있으며, 모든 편지에 답장을 써서 보내주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주변의 산타 공방에서 선물을 고르면 산타의 소인을 찍어 세계 어느 곳이건 선택한 시간 내에 배달해 주기도 한다. 1998년 크리스마스에 개장한 산타 공원 역시 일년 내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는 독특한 테마파크이다. 이곳에서는 산타와 함께 순록이 이끄는 썰매를 탈 수 있어 아이들을 위한 최고의 여행지로 꼽힌다.
북극 지방의 자연 현상을 관찰하고 연구하는 과학 센터 아크티쿰(Arktikum)은 로바니에미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곳이다. 유리 지붕을 한 긴 통로가 인상적인 아크티쿰 내부에는 레스토랑과 라프족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향토 박물관, 오로라를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는 북극권 센터 등 많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로바니에미에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라누아 야생 공원에서는 북극에서만 만날 수 있는 북극 곰과 북극 사슴 ‘엘크’를 볼 수 있다.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Helsinki)는 일찍이 ‘발트 해의 아가씨’라 불렸을 만큼 아름다운 거리와 건축물을 가지고 있다. 또한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국제적인 항구 도시로, 일년 내내 매력적인 크루즈 관광을 경험할 수 있다. 복잡하게 뒤얽힌 수십 개의 만과 섬, 군도로 이루어진 복잡한 지형이지만, 볼거리는 중앙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걸어서 반나절이면 헬싱키의 주요 명소를 모두 둘러볼 수 있다. 헬싱키의 여행은 보통 중앙역(Rautatieaseme)에서 시작되는데, 중앙역에서 동서로 이어지는 알렉산테린 거리와 에스플라나디 거리, 그리고 중앙역에서 북서로 이어지는 만네르헤이민 거리만 기억해두면 된다. 설계에만 무려 10여 년이 걸린 중앙역은 49m 높이의 시계탑과 중세의 분위기를 연출하는 갈색 벽이 헬싱키의 고즈넉한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핀란드의 대표적인 건축물이다. 중앙역 광장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면 녹음이 우거진 공원과 산책로가 나오는데, 유럽에서 가장 깨끗한 거리로 선정된 에스플라나디 거리이다. 바다를 접해 있는 에스플라나디의 노천카페는 헬싱키 여행의 작지만 가장 특별한 즐거움이다. 중앙역에서 에스플라나디 거리가 시작되는 즈음에 헬싱키의 상징인 대성당과 핀란드 최대의 미술관인 아테네우민 미술관을 만날 수 있다. 시벨리우스를 기념하는 시벨리우스 공원은 이 거리의 끝에 위치해 있는데, 파이프 오르간 모양의 시벨리우스 대형 기념비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반도에 세워진 헬싱키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 바로 크루즈 여행이다. 헬싱키 앞바다에서 출발하는 페리를 이용하면 2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수오멘리나(Suomenlinna)는 5개의 섬 위에 조성된 요새로, 유네스코 지정 세계 문화유산이기도 하다. 헬싱키 방어를 위해 18세기에 축조된 이 요새 주변에는 거대한 쇄빙선과, 동물원, 박물관, 공원 등이 있어 헬싱키 시민들의 휴식처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헬싱키와 로바니에미의 유명세에 밀려 비교적 덜 알려진 탐페레와 투르쿠는 북적거리지 않는 한가로운 여행을 원하는 이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탐페레(Tampere)는 남쪽의 퓌헤 호(Pyhajarvi)와 북쪽의 네시 호(Nasijarvi) 사이에 시가지가 펼쳐져 있고, 수력을 이용한 공업이 발달한 곳이자 공원과 호수가 많은 전형적인 전원도시이다. 퓌헤 호 북쪽의 언덕 일대에 200년이 넘은 나무들로 우거진 퓌니키 공원(Pyynikki)과 네시 호 남쪽 반도에 조성된 세르켄니에미(Sarkanniemi) 공원은 탐페레를 전원 도시로 만들어준 대표적인 공원이다. 특히 세르켄니에미 공원에는 북유럽 최고의 높이를 자랑하는 168m의 전망대가 있는데, 이곳에서는 탐페레 시내와 호수, 섬들의 멋진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무엇보다 탐페레와 헤멘린나를 연결하는 실버라인(Finnish Silver Line)은 탐페레 여행의 하이라이트이다. 강과 호수를 지나면서 핀란드의 멋진 숲과 호수의 경관을 즐길 있는 실버라인은 물가의 버드나무들이 햇빛을 받아 흔들릴 때 은빛으로 빛나는 데서 그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핀란드에서 가장 오래 된 도시이자, 1812년까지 핀란드의 수도였던 투르쿠(Turku)는 인구 중 80%가 대학생일 만큼 대학도시로서도 명성이 높다. 스웨덴과 가장 가까운 부동항이 있어 오래 전부터 아우라 강을 통한 교류를 하였던 이 도시는 그 이름부터 슬라브어로 ‘시장’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카우파 광장(Kauppatori)은 바로 그 교역의 중심지로 일요일을 제외한 매일 아침에 노천 시장이 열린다.
얼어붙은 드넓은 호수를 가로지르며 스키를 타고, 여행의 노독을 풀기 위해 향기로운 자작 나뭇가지로 가볍게 몸을 두드리며 사우나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으며, 백야가 계속되는 시기에는 요트 타기와 낚시하기에 더없이 좋은 낭만의 나라, 핀란드. 바다에 접해 있는 노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바로 눈앞에서 환상적인 오로라를 감상할 수 있으며, 산타클로스와 함께 순록 투어를 즐기고, 자정에 골프를 칠 수 있는 나라가 또 있을까.
에디터_배경수 자료협조_주한 핀란드 대사관(02-732-6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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