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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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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기] 프랑스 파리 [1999. 8. 15. (일)] - 루브르 박물관, 성모승천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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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강가딘
글쓴날 : 00-10-14 06:16
1516번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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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팔을 입어도 선득선득한 날씨.
아침을 먹고 서둘러 루브르 박물관을 향한다. 하루종일 헤매도 다 못 본다는 소장품들을, 그것도 길게 줄을 서서 입장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은 터라 지하철 타고 바쁘게 그곳에 닿았다.
사람들에 휩쓸려 따라가니 입구가 나오고, 여지없이 이곳에서도 소지품 검사를 당한다. 처음엔 어색하더니, 이젠 하도 당하니 별반 이상하지도 않다. 테러가 많은 도시라더니, 아닌게 아니라 어디서건 가방을 열고 보여주어야 입장이 가능하다. 심지어 이곳에서는 공항에서처럼 탐지기를 통과시키기 까지 한다. 다양한 인종, 필수품의 낮은 가격, 아름다운 거리, 제법 살만한 도시라 여기고 있는데 폭탄 테러 위협이 더해지니 고개를 한번 갸우뚱.
안내도를 따라 맨 먼저 이집트 전시관을 휘젖고 다닌다. 대영박물관은 크기로 압도했었는데 이곳은 좀더 섬세하고 깔끔한 물건들이 진열되어 있다. 아무래도 프랑스인들이 먼저 이집트에 닿아 피라미드 속을 대충 먼저 훑어온 모양이라는 생각이 든다. 부서진 것이 없이 완벽하고 깨끗하며 특이한 것들이 주종을 이루는데, 당대에 쓰였던 '자'가 정밀하고 특이했다. 부부를 합장한 관이 인상적이었고, 오리 뒤를 잡고 수영하는 모습의 소녀상이 기억할 만했다.
계단을 오르내리며 길을 찾는데 엄청난 시간을 허비하고, 겨우 '밀로의 비너스'를 찾아냈다. 이 루부르는 원래 궁전이었던
것을 개조했다는데, 그래서인지 소장품들이 질서정연하게 관람의 편의를 도모해져 정리되지는 않은 느낌이다. 공간을 이렇게 저렇게 활용하여 늘어놓다보니 자연 관람객의 동선은 길어질 수밖에 없고 이렇게 늘어놓았다면, 대영박물관은 현제보다 10배쯤 규모를 늘려도 다 못했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 지경. 어쨌든 밀로의 비너스 앞은 사람들로 무척 붐볐고, 이름 값하느라고 아름다웠다. 복도중앙에 있는 'victory∼' 하는 날개달린 여신상도 인상적이었고 그리스 로마 시대의 유물은 동세를 강조한 것들이 특히 많아 아주 경쾌하게 볼 수 있었고 대충 조각들을 돌아보았다.
잠시 쉬고 올라간 회화 전시실에서는 누가 뭐래도 <모나리자>가 압권. 수십명 수백명 꾸역꾸역 몰려드는 사람들이 모두 모나리자 앞에서 샌드위치가 된다. 10호가 조금 넘는 그림 앞에선 사람들. 조금은 어둡고 다소 쓸쓸한 느낌의 초상화인데, 가만 들여다보고 있으니 날 보고 웃는 듯한 착각이 생긴다. 계속 몰입하면 모나리자가 점점 크게 까르르 웃을 것 같은 착각이 들고 그 맛에 사람들이 이 그림에 매달려 있나? 힘겹게. 하지만 그만큼 보람있게 이 그림을 여러번 보고 또 보다가 돌아나오니 왠지 아쉽다.
발걸음을 돌려 바라본 <난파선>, 그야말로 명화이다. 이 그림이 유명한 이유는 무엇보다도 인생을 바라본 화가의 깊이 보일 것이란 생각이 감히 든다. 물에 완전히 빠질 듯한 배조각, 너덜거리는 깃발, 그 위에 10명 남짓한 사람들이 매달려 있다. 물에 빠지기 직전의 얼굴, 녹초가 되거나 자포자기한 얼굴, 그리고 아주 멀리 보이는 배를 향하여 높이높이 구조를 외치는 사람. 그 곁에서 동조하는 사람들, 여기까지는 일상적인데, 한 가운데 그림의 왼쪽 중앙에 한 남자, 무겁게 입을 다물고 턱을 괴고 앉아있다. 그의 품에는 이미 죽어서 축 늘어진 청년이 가로질러 누워 있고 그의 낙망한 얼굴. 하지만 그는 생각조차 많다. 사는게 이런 이런 것일까. 순간 그 사람의 표정에 남편의 얼굴이 겹친다. 어떤 상황에도 동요하지 않을 사람. 문득 그 사람이 이 그림을 그린 화가고, 그가 정말 자신의 아들을 당시에 잃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한다. 그만큼 이 그림은 처절하고 안타깝다. 오늘 이 그림 앞에서 한참 생각에 잠긴 것만으로 루부르에 온 값을 한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 그림들을 나중에는 대충대충 돌아보고 밖으로 나오더니 2시. 빨리 점심을 마치고 현대미술관과 쁘띠빨레에 가보려고 길을 나선다. 지상으로 올라가 루부르의 전경을 뒤늦게 감상했다.
지하철역 부조, 거리 공연도 구경하다가 발걸음을 재촉했는데, 아뿔싸 오늘이 성모승천일, 이곳의 공휴일이라 이곳저곳 모두 휴관이다. 8월 15일은 광복절인데, 파리는 다른 이름의 휴일이니 어쩔수 없이 길거리에 주저앉을 수밖에. 이럴 줄 알았으면 루부르나 천천히 더 구경하는 건데 그랬다.
겨우 왔다 발길 돌리고 가는 여행객들을 보니 남일같지 않았고, 시간 떼우기로 쎄느강 유람선을 탔다.(나른해져 대부분 졸았지만)
집에 일찍 돌아와 한숨자고 일어나 중국식당에서 저녁식사. 개구리 뒷다리 요리를 처음으로 먹어보았는데, 생각보다 깔끔하고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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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 [1999. 8. 16. (월) - 파리 안의 파리, 루부르 박물관, 팡테옹, 몽파르나스
프랑스 파리 [1999. 8. 14. (토)] - 오르세 미술관, 피카소 박물관, 개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