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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을 아침 일찍 떠나보내고, 우리는 늦게까지 쉬었다.
친구들과 함께하는 여행이 둘만 다니던 것보다 엄청나게 정신이 없어서 가슴을 진정시키는데도 시간이 제법 걸렸다. 더구나 수정이, 참 힘들게 살고 있구나 싶어 안쓰럽고, 함께 하는 희정이한테도 마음이 쓰인다.
오후에 진실의 입, 뿔달린 모세를 즐기며 어제 못갔던 판테온 신전과 나보나 광장을 관람하며 천천히 로마 시내를 걸어다녔다. 인류 최고의 건축물이라고 극찬받은 판테온은 명물일 수밖에 없었고, 나보나는 이태리를 태울 듯한 열기로 가득했는데, 그나마 세 분수중 둘이 수리 중이어서 어수선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아름다웠다.
길을 돌아 첫날 관광했던 스페인 광장에서 물을 실컷 받아 마신다. 엄청난 한국사람들, 곳곳에 퍼지는 한국인 물결이 반갑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난파선 모양의 분수대를 보면서, 고대 로마의 물 사용 능력에 감격한다. 자연 낙차를 이용하여 그 거대한 도시의 수도를 관리하도록 설계한 지혜가 놀랍고, 수압을 측정하여 상부에는 이 난파선 분수를, 그리고 하부에는 뜨레비분수, 그엄청난 물살을 만든 것이 신기하기도 했다. 시가전체에 분수가 많은 것도, 로마시대의 물관리 능력 과시용인 듯하여 입이 벌어지고, 길을 돌아 많이 쉬면서 로마 관광을 정리한다.
관광상업, 길거리청소, 장사 고대건축물 정비, 각종 전시물 관리 등을 빼면 별로 할 일이 없을 것같은 로마 시인들을 보면서 과거의 영화가 있는 그들이 그닥 부럽지 만은 않았다. 유달리 거지도 뜨내기도 많아 시끄러운 동네. 하지만 길거리를 굴러다니는 돌멩이 하나도 수천년 역사를 그대로 보여 주는 동네, 과거를 끌어안고 가는 일이 쉽지만은 않으리라. 고대의 거리, 그 아름다운 돌멩이를 걷어내고 아스팔트 까는 일이 논쟁에 휩싸이듯이, 더구나 그들은 가난하므로,
저녁때 짐정리를 하다보니 필름 두 통이 없어졌다. 돌아올때 호텔방문이 열려있어서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귀중품을 늘 가지고 다녀서 걱정하지는 않았다. 사소한 물건일 지 모르지만 내것이 없어지니 찜찜하고, 10통중에 왜 하필이면 그통을 그것도 여러 경험으로 보아 급하게 가져갔는지 이상하기도 하다. 이것이 여행의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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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리 피렌체 [1999. 8. 6 (금)] - 두오모 성당과 지오또 종탑, 우피치 갤러리,미켈란젤로 광장
이태리 로마 [1999. 8. 4 (수)] - 콜로세움,국립 근대 미술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