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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아침일찍 짐을 싸들고 밀라노로 떠난다.
차창밖에 펼쳐지는 자연은 늘 조용하다. 약간의 짚더미, 폭넓은 옥수수밭, 점점이 흩어진 나무들. 우리나라 시골 풍경이나 다름없다. 오스트리아 넓은 평지와는 대조적으로 작고 아담하여 친근한 농촌 풍경. 시간이 좀 흐르자 곳곳에 시멘트 공장이 등장한다. 이전까지의 이탈리아와는 다른 풍경. 이탈리아 북쪽은 관광사업 말고도 각종 공장이 많아 상단히 부유하다더니 오르면 오를수록 공장이 늘고, 밀라노에 가까워지자 조금은 높은 건물들, 그것도 신식 건물들이 종종 보인다. 과거로의 여행을 조금은 접, 신나게 최신 유럽 백화점구경이나 할까 싶다.
기차에서 내리니, 지도가 부정확하여 숙소를 찾기 힘들었다. 사업차 출장왔다는 한국 아저씨의 도움도 받고, 현지인 할아버지의 도움도 받으며 어렵게 숙소를 찾았는데, 숙소에서 확인해보니, <최후의 만찬>을 볼 수 있는 교회는 1시 40분이면 문을 닫으니 포기해야 하고, 도시 전체가 8월 말경까지 휴가에 들어가 백화점이고 어디고 모두 문을 닫았다. 결국 우리가 목적한 것은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하게 된 것이다. 허탈감,
여행이 길어지니 가끔씩 이런 일이 생긴다. 좀 쉬다 밖에 나가니, 두오모, 무척 화려하고 웅장한 고딕양식 성당이 보인다. 뾰족뾰족한 첨탑이 하늘을 찌를 듯한데, 공짜, 들어가 시간을 보낸다. 어디가나 성당은 비슷하다. 돈이 있었던 곳은 그림도 조각도 조금더 웅장할 뿐. 이곳도 왕년에는 꽤 잘 나가는 곳이었을 텐데, 지금은 쓸쓸히 관광객의 발길만 오가고 있다.
화려한 스테인드 글래스 넋놓고 바라보다 한쪽에 앉아 꾸벅이며 졸고 있는데, 갑자기 하늘 무너지는 소리! 파이프 오르간이 연주되고 미사가 시작된다. 신부와 주교와 성가대가 등장하고 촛불을 켜고 주기도문을 외고 숯같은 곳에 불을 지펴 빙빙 태우며 돌리고(스테인드 글래스 쏟아지는 햇빛에 연기가 반사되며 흩어져 장관이었다. 성경말씀을 읽고 성배를 꺼내고.... 모든 행동들이 경건하게 진해되었다. 비신도들도 천주교 미사에만 참가하면 거룩해지는 이유를 알겠다.
미사를 마치고 지하 박물관을 잠시 관람한 뒤 밖으로 나와, 광장 바로 앞에 있던 라 스칼라를 못찾아 온동네를 다헤매고, 아케이드를 빙빙 돌면서 그나마 전시중이던 명품을 약간 구경하고, 사람들처럼 사자 XX에 발 넣고 한 바퀴 돌고, 피자를 사먹고 호텔로 귀가.
편한 하루가 그럭저럭 저문다. 한가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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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리 꼬모, 쮜리히 [1999. 8. 9 (월)]
이태리 피렌체, 피사 [1999. 8. 7 (토)] - 피사의 사탑, 베키오 다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