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달걀. 처음으로 본 아침 메뉴, 빵 13가지, 치즈, 베이컨, 소세지. 처음에는 빵종류가 다양해서 놀랐는데, 따끈한 삶은 달걀이 참 재미있었다. 코쟁이들도 달걀 삶아 먹고사는구나.
기차에 올라 드디어 쮜리히로 향한다.
처음 목적지였을 뻔한, 희정이가 사는곳 어떻게 생긴 곳일까 궁금하다. 아름다운 곳이리란 예감도 들고, 아닌게 아니라 밀라노를 벗어나 그 이름도 유명한 꼬모(요쿠르트가 아님)에 닿을 때부터 심상치 않은 자연이 펼쳐진다. 깊은산 푸른 물 높은 하늘, 낮아보이는 구름. 아름다운 알프스의 끝자락을 살피며 잠도 안자고 창밖을 바라본다. 짙은 밤색 낮은 지붕 밑으로 사람이 낮게낮게 살것같고, 시간이 정지해 또다른 공간이 펼쳐져도 행복할 것같다. 여행이 이런 것일까. 잠시 시간을 동강내 한쪽을 묶어두고 다른 쪽 끈을 잡아 떠나는 것. 끊임없이 현실이 떠오르지만, 기억의 저편으로 가라앉혀 두는 것.
바다같은 호수, 그 넉넉함에 반하여, 열차는 호수가로만 달린다. 비끼듯이 스러지듯이, 그러나 아름답게 쮜리히에 닳으니 1시,
간단히 점심을 떼우고 시가지를 구경한다. 처음엔 어수선한 독일어들에 정신못차리다가 길을 따라 걸으며 거리에 익숙해진다. 작고 아담한 도시, 물가가 좀 비싼게 흠이지만 살기엔 괜찮을 것같다.
선착장에 닿아, Z rich See라는 유람선을 타고 구경했다. 어디가도 표나는 선생님들 일행과 동행. 우리교육 패키지로 탔다는데, 나름대로 재미있을 것같았다. 값은 좀 비싸지만.
가도가도 끝없는 호수, 그 맑고 푸른 물결, 호수주변의 참 푸른 나무, 언덕, 그리고 언덕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의 작은 창달린 집들. 네시간동안 비슷한 장면들인데도 지루하지 않다. 작은 선착장들에 떠있는 작은 보트들, 귀여운 물오리와 가볍게 나는 갈매기들이 아름답고, 중간쪽부터 천둥이치고 번개가 빛나고 하더니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그리고 얼마후 모든게 멈추고, 태양이 빛나고 무지개, 그 크고 맑고 선명한 것이 떠오른다. 얼마만인지 모른다. 무지개를 본 것이. 희망이라고 이름 붙여도 될 그것.
배에서 내려 숙소를 찾아 어렵게 도착.
다시한번 배낭여행자를 위한 상세한 정보(특히 교통편안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숙소가 넓고 깨끗해 편한 잠을 잘 것같다. 한밤에 희정,수정이 찾아와 한바탕 떠들고 갔으니 즐겁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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