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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기] 이태리 인터라켄, 융프라우, 스위스 알프스 [1999. 8. 11 (수)] - 퐁뒤, 브리크의 버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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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강가딘
글쓴날 : 00-10-14 05:43
1273번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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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날이 무척 흐리고 비가 내린다. 고개를 드는데 현기증이 나서 정신이 없고, 머리도 지끈지끈 아팠다. 융프라우 볼 복이 아니었나 싶어, 그저 멍하니 앉았다가 아침을 먹고 올라와 잠들다. 밖으로 나가는 남편에게 열쇠만 받아두고 푹 잤다.
12시쯤 일어나 정신을 좀 차리고 앉았다가 밖에 나가 슈퍼에서 국수 한다발, 달걀, 양파, 사과, 물 등을 사가지고 들어왔다. 호텔에 취사시설이 있길래, 간단히 라면을 끊여먹기로 결심, 국수를 삶고 양파를 잘라 넣고 끓여 놓으니, 그럭저럭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면이 좀 질긴게 흠이었지만, 따끈한 국물을 땀흘려 마시고 나니 기운이 난다.
간간히 비가 내리고 구름이 걷히질 않으니, 남편이 간 융프라우도 만만치 않으리라싶어 안타깝다. 내가 자꾸 남편을 힘들게 하는지, 어제부터 화가 잔뜩 나 있는 남편이 그나마 즐겁지 않으니라 생각되니 별로 기분도 좋지 않고, 부부 사이란 멀고도 가까운 것. 몸이 힘드니, 맘도 힘들다.
밖에 우산을 쓰고 돌아다니다가 돌아오니 희정이가 와 있다. 한 이십분 기다렸다는데, 방에 들어가 한참 수다를 떨다가 박에 나와 한국식당에 갔다.
소고기국에 닭볶음에 밥을 기본했다. 잘먹고 있으니 남편이 어떻게 알고 찾아왔다. 밥을 시키면서 국을 써비스로 줄 수 있느냐 물으니 '이새끼들' 어쩌구 하며 욕을 한다. 국가 망신을 시킨대나 어쩐다나?
75년에 광부로 스위스에 와서 4년전 식당업을 시작했으며 배움이 짧고 가슴에 울분이 많으며 돈에 목숨 걸 세대이니 어쩔 수 없으리란 생각이 들지만, 해외에 살고 있는 한국인의 일그러진 얼굴을 다시 대하게 되어 마음이 좋지 않았다. 또 남편이 죽어 귀국했다는 차씨부부의 정겨운 손길이 있었으면 좋았을 듯싶다.
융프라우요흐의 하늘은 참 맑고 신성했다는, 만년설을 먹으니 맛있고 시원했다는 남편의 자랑을 귀 따갑게 들으며 다시 한번 기차여행 시작.
슈피츠 → 보리크 노선을 따라 알프스의 또다른 얼굴과 만났다.
돌아돌아 끊임없는 풍경에 감동하며 귀가.
스위스 고유음식이라던 퐁뒤를 먹었는데, 글쎄, 이런 음식 다시 먹을까? 치즈를 포도주에 녹여 끓여 부는데, 쓰고 짜고 이상해서 그저 몇 덩이 먹다 놓았다. 새로운 문화체험? 그리고 잊을 수 없는 브리크의 버스. 버스전용선의 보도 블록을 버스갈 때만 열리는, 리모콘식 시스템? 기똥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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