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제 목 |
 |
 |
[유럽여행기] 프랑스 파리 [1999. 8. 16. (월) - 파리 안의 파리, 루부르 박물관, 팡테옹, 몽파르나스 |
|
| 글쓴이 : 강가딘
글쓴날 : 00-10-14 06:27
1514번 읽음
|
|
|
어제 못본 현대미술관과 쁘띠빨레를 다시 찾았지만 오늘도 휴관. 월요일이 정기 휴관인 데가 많다더니, 오늘까지도 헛탕. 직원들은 연휴를 맞아 행복하겠지만 나그네는 서럽다.
길을 돌아 어렵게 찾은 하수도 전기시설과 정수시설을 동시에 해결한다는 파리 안의 파리를 찾았다. 이렇게 냄새나고 지저분한 곳에서도 돈을 벌어먹을 수 있다는 것이 놀랍기도 하고, 관광상품이란게 별거아니구나 싶기도 하다.
하수도 내부는 미로처럼 얽혀있는데, 커다란 파이프 양쪽으로 작은 줄들이 복잡하게 걸려 있다. 새까만 물들이 세차게 흐르며, 악취도 보통은 넘는데, 그들 나름대로 쌓아온 수백 년의 노하우로 세느강이 그나마 보존되고 있었다. 땅밑을 이만큼 과학적으로 개발할 수 있었으니, 프랑스인도 만만치 않은 족속들. 한국이 불과 십여 년만에 번쩍번쩍 한것이 현재의 서울이라면, 프랑스는 하수도까지도 몇백년 역사를 자리에 담아 놓고 있다. 이것이 역사의 힘이고 시간의 힘. 그래서 역사가 있는 도시가 관광지일 수 있는 것.(물론 서울의 역사도 결코 만만치 않음을 인정함.)
더러운 냄새맡고 머리가 지끈지끈해질 때쯤 밖으로 나와 상쾌한 공기를 마시고, 다시 루부르를 찾아간다. 어제 워낙에 정신없이 보고 나올 터라 오늘은 좀 정신을 차리고 관람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한번 간 곳이라고 오늘은 체계가 잡혀, 정말 프랑스 사람들이 의도했던 대로 관람하게 한다. 노하우가 필요했던 것인데, 그걸 뉘알꼬?
차분히 바라본 이집트 모양은 또다시 굉장하다. 볼수록 '자'는 신비롭고(10진법, 굉장하지.) 당대의 천문학도 놀랍다.(각종 별자리, 12개월 엄청나기도하지.) 다시금 고대 문명에 감복하고, 그것이 지극히 동양적인 것 앞에 스스로 대견해진다. 양놈들의 인종차별은 이런데서 나오는 콤플렉스 탓이라는 남편의 말에 수긍하고.
어제 찾느라 그렇게 애먹었던 메소포타미아 유적들이 오늘은 손쉽게 찾아지는데, 함무라비법전 비석에 손댔다가 관리인들에게 맞아 죽을 뻔했다. 눈이 보이지 않아 무의식적으로 경솔하게 손댄 것이긴 하지만 부끄러운건 사실이다. 어휴∼!
이란 고대문명도 대단했다는 것을 새삼 깨닫고 또한번 이 코쟁이들의 박물관이란 것이 얼마나 도둑질 자랑으로 점철된 것인지 실감한다. 과연 이들에게 고대사가 있긴 한 것인지. 남의 것 아니면 보여줄 것이 없는 이들이란 생각이 절로 든다.
어제 카메라가 없어서 못찍었던 사진을 오늘은 열심히 찍어 댄다. 밀로의 비너스도 모나리자도 니케도 다 내손안에 있게 된다. 다시금 좋은 구경 많이 하고 밖으로 나와 팡테옹으로 향한다.
로마의 판테온이 신전이었다면, 이곳의 팡테옹은 폼나는 무덤이다.
거창한 건물안에 20C전후 프랑스의 유명한 인물들이 모두들 잠들어 있는데 루쏘, 마리 퀴리와 피에르 퀴리, 에밀 졸라, 빅토르 위고, 마르세이유의 관들이 미로같은 묘지에 안치되어 있었다. 오늘은 본의 아니게 지하 세계만 유람하게 된 기분. 귀신 나오게 생긴 화장실에 일을 보고 밖에 나왔다. 나폴레옹은 박정희처럼 초고속으로 건물 올리는 재주가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다시 든다. 팡테온 한가운데 자기 얼굴을 늠름하게 조각해 넣게 한 것도 좀 안 어울리고 그래서 우습고. 영웅이란 게 좀 소아병적인데가 있긴 하지.
몽파르나스.
예술의 거리라고 이름한 데 갔는데, 예술은 없고 군인 아저씨만 총들고 있으며, 거리는 비가 와서 영 껄끄럽다.
작고 예쁜 카페, 음식점들이 즐비하고 한국식당도 네 개쯤이나 한 골목에 늘어서 있긴 했다.
공존한다는 것, 망명객들이 살 수 있고, 그래서 테러도 가능하고. 파리의 정치도 쉽지는 않겠지만, 결국 모든 것이 조화될 수 있다면 좋은 일이 분명하다.
비오는 거리를 돌아 나와, 런던 공항에서처럼 멀고 멀게 돌아 6호선 타고 숙소를 찾으며 생각이 절로 차분해진다.
파리의 마지막 밤, 뜻밖에 맛있는 식당에서 행복하고 조용하게 보내게 된다. 내일이면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겠지.
|
|
| Copyright ⓒ iskyi.com. All rights reserved. Contact 하늘아이 for more information. |
|
프랑스 파리 --> 서울. 굿바이 유럽, 웰컴 투 코리아. [1999. 8. 17. (화)] - 근대미술관, 노틀담 사원
프랑스 파리 [1999. 8. 15. (일)] - 루브르 박물관, 성모승천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