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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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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기] 런던 구경 [1999. 7. 24(토)] - 대영박물관, 마담터소 밀납인형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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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강가딘
글쓴날 : 00-10-13 20:45
1374번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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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똑같이 빵으로 아침을 시작한다. 어제 라면 준 아가씨들을 식당에서 만나 반가웠다. 숙소를 못찾고 헤맨 거였단다. 세상에. 빵3개, 버터와 약간의 과일잼, 홍차, 쥬스, 물. 계속 간단히 끝내는 아침. 과일잼보다 버터바른 빵에 훨씬 맛있어진다.
1시간 넘게 걸어 대영박물관에 도착. 입구는 그닥 화려하지 않다. 뭐가 있을까 싶은데, 아니, 세상에. 전시실에 들어서면 그저 입이 떡 벌어진다.
고대 앗시리아. 이집트, 로마 유적부터 보았는데, 정말 웅장한 석상들, 유물들이 눈을 사로잡는다. 고대사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는 나이지만, 웅장함에 감추어진 석상의 절묘한 선에 감격한다. 파라오의 거대한 얼굴은 꾹다문 입모양만큼 다부지고, 그리고 수없이 늘어선 벽화(조각)들. 기원전 8c경부터 6c까지 작품들이 있는데, 시대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평면은 입체로 바뀌며, 대상은 생명을 얻고 있다. 특히 사자 사냥그림은 실제 그대로여서 너무 역동적이다.
그리고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 정말 떼와도 무지하게 떼왔는데, 정리를 기막히게 해두었다. 멋진 신전건축과 수없이 많은 신화적 상상력의 소산인 조각상들. 상상의 힘은 확실히 위대하다.
2층에 올라서서 좀더 섬세하게 전시된 이집트관을 살핀다. 장식된 천으로 깔끔히 동여맨 미라들과 천연염료를 사용했을 그래서 너무도 빛깔 선명한 목제 관들과 그 그림이 인상적이고 왕이 아닌 평민이나 천민의 무덤에서 캐온 것으로 보이는 시체 2구 앞에서 경악한다. 키같은 모양의 관에 널부러진 뼈다귀들은 참으로 처참하고, 그리고 생생한 사람의 살, 묘지 한 가운데 허리를 구부리고 고개를 돌려 산사람을 쳐다보는 시체. 그주위에 흩어진 그릇들과 어울려 절로 비장하게 한다. 수천 수백 년 전, 진즉에 썩을 일이지 왜 지금까지 저렇게 남아 사람들 앞에서 온 몸으로 시위하는지. 죽음은 정말 깔끔해야한다.
멋진 유적·유물들을 보며, 이젠 의식이 멈추어버린다. 연일 반복되는 관람에 머리에서 쥐날지경. 감탄사만 연발하다 바라보게 된 조선통보. 화폐 전시실 한 귀퉁이에서 빛나고 있다. 귀하신 몸이다. 나보다 훨씬 더 먼저 바다건너 물건너 와서 자태를 뽐내고 있으니.
전시관을 관람하고 나오니 4￡라는 글자와 함께 사람들이 줄지어 있다. 나는 모두 관람한 이후, 일본학생 여행단에 밀려 대충보았던, 입구 전시물을 더 보고 싶었고, 아울러 대영 박물관의 명물인 로제타석을 보려했다. 아무래도 행렬에 휩싸여 놓친 듯해서. 그런데 입구에는 로제타가 없었다. 그 긴 줄이, 로제타의 부재를 설명했다.
Cracking Codes. 암초해독의 열쇠인 이 비석을 발견한 지 200주년 기념으로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여기까지 왔는데 로제타를 안볼 수 없어서 들어갔다. 로제타석이 그렇게 생겼구나. 깨진 윗부분을 생략해도, 한 비석에 세 언어가 반듯하게 나뉘어 있다. 히브리어, 라틴어. 그리고 상형문자가 같은 의미로 나열되어 있으니, 조금만 짜맞추면 이집트어를 해독할수 있던 것이다. 누가 이렇게 엄청난 일을 했는지는 몰라도 그는 분명 언어의 천재 (신의 아들) 임에 분명하다. 그리고 현대의 언어학자들, 그 단어의 의미와 함께 음가까지 추정하는 엄정함을 보이고 있다. 사랑스런 사람들이다. 로제타를 중심으로 상형문자 해독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들을 벽면에 깔끔하고 논리적이고 미적으로 늘어놓고 있어서, 참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시계전시관에서 다양한 (아이디어가 풍부한) 시계들을 구경하고 돌아나왔다. 수없이 많은 방들을 통과한 뒤 남은 충만한 행복감. 햇빛은 너무 뜨겁고 기운은 없지만 가슴은 절로 따뜻해진다.
점심먹고 또다시 한시간 못되게 행군하여 마담터소 밀납인형관을 찾았다. 이제는 너무도 낡아버린 지도. 오늘이면 거의 제몫을 다하게 될 그녀석 덕분에 어렵지 않은 런던살이.
생각보다 밀납 인형관에는 사람이 많았다. 엇그제 피카딜리 서커스에서 본 사람들이 오늘은 다 이리 옮겨왔나 싶은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있다. 대영 박물관에서도 사람에 치어 구경 못한 유물이 많았는데, 여긴 입구에서부터 막막하다. 표끊는데만 30여분 넘게 걸렸고, 와우. 비싼 입장료! 사람들이 미친게 분명하다. 그 비싼 돈주고 이렇게 장사진을 치다니.
맨 입구에는 터미네이터의 아놀드 슈왈츠제네거가 서 있는데, 지정 사진사석이라 찍으면 돈내야되지. 뜰을 들어서면 멜깁슨과 브래드피트. 그 사이에서 멜 깁슨과 손잡고 찰칵! 유명인은 다 모인 이곳에서 허둥대다 이게 끝이야? 에게? 그러면 또다른 출구. 밀납 인형관제작소를 거쳐 붉고 긴 양탄자 깔린 길을 걸어가면 갑자기 밝고 따뜻하고 웅장한 공간. 근엄하게 서 있는 엘리자베스여왕, 화려한 차림의 헨리8세의 가족들, 그리고 당대를 호령하던 지도자들이 늘어선다. 여전히 인기있을 클린턴. 우아한 몸매의 다이애나. 모택동이 작다고 깔보면 아인쉬타인 경악할 일. 작아도 정말 작다. 요한 바오로 2세의 두손 밑에 남편과 나란히 서서 사진 찰칵! 비틀즈의 뒤에 기대 또다시 찰칵.
밖으로 나오다 의자에 앉았는데, 그 옆 할머니 의자에 기대 졸고 있어 또 찰칵. 다시보니 그 역시 밀납 인형인데, 잘 살피면 그 할머니다. 미세스 다웃파이어.
너무 생생한 인형 속에서, 나중엔 사람과 인형이 구분되지 않는다. 더구나 양코백이들 팔짱끼고 떡 서있으면 모두 인형같고, 입구에서 경비원 등뒤에서 사진 찍으려다 꽥 소리지르던 게 이해된다.
이제 끝났다 싶어 걸어나오면 아니? 괴기스러운 공간이 또다시 이어진다. 괘씸할 정도로 명쾌한 그들의 생각. 권력의 화려함 뒤로 비참한 감옥과 처형 방식들이 존재한다. 능지처참은 이유가 아닌 비참함. 감옥 안에서 소스라치도록 답답하게 생을 꾸려가는 사람들.
가슴이 떨리도록 생생한 현장을 벗어나니 Caffe가 나온다. 마시고 놀다 가라나 보다 싶어 쉬는데, 또다시 길게 줄이 서고, 새카만 택시 모형들이 줄지어 나온다. 와~ 사람을 태워 내보내는게 이들의 Spirit of England? 그렇게 단순히 생각하면 오산이다. 택시에 앉으면 우리나라 놀이공원 열차처럼 택시가 돌기 시작하고 택시 도는 대로 엄청난 시스템이 기동되고 있다.
세익스피어가 살아 돌아와 집필하며, 여왕도 집무하고, 워털루 전쟁이 다시 시작되고, 대포-에서 물이 발사되며, 서커스 공연도 이어지고. 역동감, 역동감, 역동감. 신나게 계속되는 택시 여행을 마쳐 드디어 출구를 나온다. 이들의 코스는 선물가게가 나와야 끝난다. 뛰어난 상술이다.
밖으로 나와 리전트 파크에서 한시간 정도 뒹굴다 거리로 나온다.
걷고 또 걷고. 비싼 지하철요금 감당 못하고 발가락에 물집 잡힐 때까지 걷는다. 덕분에 시내 번화가 구경 다하고 직접 현지인들의 모습을 부딪힐 수 있어서 좋다. 중간에 백화점들이 늘어서 있어서 아무데나 들어가 구경한다.
Marx ＆Spencer는 우리 식으로 치면 E-mart나 Macro같은 곳이다. 두 경제학자 -사회주의적인 -의 이름을 걸고 하는 곳이라 그런지 모든 물건이 상대적으로 싸다. 숙소 주변 물가의 반이면 음식들을 구입할 수 있어서 샐러드, 빵, 물따위를 사 들었다. 한 삼십 분 무겁게 들고 갈 일이 끔찍하지만 그래도 싼 게 어디야?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얼굴만 대충 씻고 잠들다. 행복한 내일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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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 런던, 하이 빈 [1999. 7. 25 (일)] - 벼룩시장,
런던 구경 [1999. 7. 23. (금)] - 자연사 박물관, Tate Gallery, 웨스트민스터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