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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기] 오스트리아 짤츠부르크 [1999. 7. 30. 금] - 미라벨 정원, 카타콤브, 호엔 짤스부르크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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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강가딘
글쓴날 : 00-10-14 04:32
1476번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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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일어나 식사.
오늘도 여전히 빵떼, 좀 나은 점이 있다면 맛있는 비엔나 소시지를 먹을 만큼 많이 먹고 낄낄거리면서 나올 수 있었다는 점.
8:20에 어제 만난 여대생에세 비엔나 까르테 인수인계를 하기로 약속해서 시간에 맞추어 서역으로 나갔다. 그런데 기다리던 아가씨는 나오지 않고 까치네 아저씨만 만났다. 어제보다 훨씬 상쾌한 차림의 아저씨, 이야기도 따뜻하게 하신다. 그림 그리며 우리 사이를 풀어나가는 솜씨가 보통 아니다. 10년전 이곳에 41세의 나이로 나올 때부터 참 생각이 많았었겠다는 생각이 들고, 가슴에 품은게 많지만, 현실 안에 갖혀사는 한 인간이 보인다.
이야기가 길어져 바쁘게 기차에 오르다 카메라를 빠뜨린다. 아니 빠뜨린 것도 모르고 있다가 짤츠부르크에 도착해서 호텔 사진 찍으려다 발견한다. 한 사람에게 자선을 베풀려다가 여러모로 경황이 없어졌다는 생각이 들지만, 어쩔수 없는일, 아껴뒀던 VSD를 꺼내 카메라 살 계획을 세운다. 손에 익은 물건이 사라져 버리니 여러모로 속이 쓰린다.
여기저기 카메라 가게를 기웃거리는데, 시커멓게 생긴 한 남자가 호기심 넘치는 눈으로 중고 카메라 가게를 기웃거리고 있다. 허름한 배낭이 외국생활이 꽤 오랜 한국인임을 증명하는데, 말을 시켜보니 외국인같이 한국말이 서툴다. 알고보니 이스라엘 키부츠에서 일하며 히랍어 공부하다 돌아오며 일하고 여행하는 전자공학도. 문학과 예술이 좋아 하던 일 때려치고 그렇게 떠돈단다.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길 위에 있다. 그래서 때로는 자유롭고 때로는 그 방랑이 안쓰럽다. 32, 이제는 조금은 정착할 때라는 생각도 들고, 그의 떠돌이 생활 끝에 다가올, 가능성 많은 미래가 기대되기도 한다.
그는 마침 자신의 카메라와 그 중고 카메라를 바꾸고 싶어했고, 우리는 카메라가 필요했던 터라 그의 손때 묻은 카메라를 9만원 주고 산다. 물론 상당히 비싼값을 치른 것이지만, 색다르게 살아가는 또 하나의 인간을 만난 일이 참으로 소중하게 남는다. 추석 무렵에는 한국에 돌아온다는데, 그가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
여행의 시작은 미라벨 정원에서 펼쳐진다. Sound of music의 현장이라고 하니 조금은 설레고 엄마가 왔으면 참 좋아했겠다 싶다. 영화라고는 벤허나 Sound of music을 본게 고작인 엄마, 특히 Sound of music은 TV에서 하도 많이 해주어서 눈에 귀에 못이 박힐 지경인데 그 아름다운 선율과 상쾌한 화면이 기억에 오래 남는 영화란다.
잘가꾸어진 정원을 돌아, 별스럽게도 공짜인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거리를 돌아다닌다. 다리를 건너가니 모차르트 생가가 바로 나오는데, 노랗고 예쁘게 꾸며진 그곳에서 모차르트의 유물을 둘러본다. 작은 바이올린 2개, 참 앙증맞고, 피아노도 낡았지만 새삼스럽다. 모차르트는 콩나물 머리통을 참 크고 동그랗게 그렸다. 귀엽기도 하지. 대여섯살 때 앙뜨와네트 앞에서 연주하면서 입었던 정식 옷차림한 초상을 보면, 그 인상이 정말 귀여운 악동같다. 난 뭐든 할수 있단 말예요, 눈으로 말하고 있기도 하고,
70실링. 오스트리아는 관람료, 입장료로 먹고사는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대 성당 안에서 민이를 축복하는 촛불하나 켜놓고 기도한 뒤에, 참으로 멋진 내부를 구경한다. 성당 내부에는 공동묘지가 있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오싹하고도 경건하였다. 고해성사소가 여기 저기 펼쳐진 것을 보며 옛 신부들의 인생이, 특히 고해를 주고받는 성도와 신부의 그 순간이 참으로 연극같겠다는 생각을 한다. 배설이 곧 카타르시스랬던가? 과연 신부들은 그 많은 배설물들을 어떻게 치웠을까? 정말 감당할 수는 있었을까? 신과의 사이에서 신발끈을 묶어 주는 사람. 참 독특한 인생이다. 엄청나게 멋진 파이프 오르간이 있어, 그 연주를 듣고 싶었지만 불가능했고, 여기저기 펼쳐진 성화들과 인물화들만 구경하다 나온다.
그리고는 성피터 교회옆으로 공동묘지를 구경하고 카타콤브에 올라가보았는데 고얀 오스트리아놈들은 별것도 안닌 데서 20실링이나 받는다. 옛 교인들의 수난을 짐작할 수 있어서 살뜰하긴 했지만 작은 동굴 2개에 20실링이면 욕나올 지경...
거기서 등산하듯 끊임없이 올라가니 호엔 짤스부르크성이 나오는데 여기서도 작은 성곽 둘레만 보는데 35실링, 다시 꼭대기 중탑 쪽에 설치된 작은 박물관 구경에 40실링을 받는다. 조상 팔아 먹고사는 유럽놈들이란 욕이 절로 나온다.
구경을 마치고 아까 그 떠돌이가 먹었다는 '돼지고기+밥' 요리, 이름이 Djubek인지 뭔지 하는 요리 찾으러 또 한 시간을 헤맨다. 우리는 먹을 것 찾는데는 소질이 없다. 결국 포기하고 햄떼.
숙소에 들어오다 기차에서 한칸에 탔던 눈빛 팽팽한 독일인을 다시 만난다. 등치크고 날카롭지만 속은 왠지 순진할 것 같은 그와 한 칸에서 세시간 동안 한마디도 않은 채 앉았다 나왔는데, 그는 아마도 Siemen사에 다녔던 모양. Siemen 사원 인듯한 사람들 옹기종기 모인데서 담배 태우고 서있다. 시커먼 양복 차려입고. 언어가 통했더라면 재미있게 왔으리라 생각하니 조금은 아쉽고 그때 생각하니 우습다.
남편은 누워서 내일 계획을 세우는데, 상태가 심상치 않다. 내일 예정지인 베네치아 교통이나 거리 찾기가 정말 쉽지 않은 모양,
또다시 낯선 곳에서 우리가 또 누굴 만나고 무슨 생각을 할까. 중고 카메라 장사 할아버지처럼 카메라 한 대 잘 팔아 놓고 또다시 먼길을 떠나게 될까? 헨델같은 할아버지가 생각난다.(오스트리아에서 최고로 영어를 잘했고 위트도 있었는데..)
밤이 깊어가고 배는 서서히 고파지고 (역시 방떼는 별로다.) 생각도 많아 진다. 역시 배고파야 소크라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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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베네치아 [1999.7.31(토)] - Euro Spar, 아까데미아 미술관
오스트리아 빈 [1999. 7. 29(목)] - 근대 미술관, 벨베레데 궁정,중앙묘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