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9시 응봉역. 은은한 음악 속 승무원의 안내멘트와 함께 불이 꺼지자 ‘서울 야경 순환열차’가 한순간 ‘키스열차’로 탈바꿈한다. 가장 소중한 사람과 함께 하는 두 시간 남짓의 기차여행. 15분간 주어지는 ‘소등’ 시간은 가장 짜릿한 하이라이트다. 진한 키스를 나누는 젊은 연인들과 서로를 ‘꼬옥’ 끌어안고 있는 젊은 부부들…. 서로의 볼을 어루만지는 ‘황혼의 커플’에게도 이 시간이 아름답고 감사할 따름이다.
사랑을 싣고 달리는 서울 야경 순환열차는 매주 수·목요일 저녁 7시15분 서울역을 출발해 2시간여 동안 신촌-수색-능곡-일영-송추-의정부-청량리-응봉-용산을 거쳐 9시40분쯤 다시 서울역으로 돌아온다. 이 야경열차는 고속철 시대를 맞아 쉬게 된 열차들을 개조해 지난 10월부터 운행하기 시작했다.
대학생 김구연씨(23)는 여자친구 함연진씨(23)가 퇴근하기 무섭게 서울역으로 손목을 잡아 끌었다. 영문도 모른 채 납치되다시피 기차에 탄 함씨는 감동에 말을 잇지 못했다. 김씨는 “교외로 나가더라도 음주운전하면 안 되니까 가벼운 와인 한잔도 못 했었는데,두 시간 열차여행에 분위기 있게 와인까지 마시고 정말 좋다”고 말했다.
와인을 따라주는 빨간 재킷의 ‘낭만배달부’는 승객서비스를 맡은 승무원들이다. 전직 항공 승무원 출신 강은란 팀장(34)은 하늘에서 땅으로 일터를 옮긴 ‘선녀하강’ 케이스. 최옥수씨(24)는 “내년 결혼을 앞두고 정식 프러포즈를 못 받은 여자분에게 ‘프러포즈 받을 수 있게 유도해 달라’는 부탁을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5량의 객차 가운데칸은 이벤트 전용이다. 7시30분부터 일렉트로닉 악단의 라이브 공연이 시작된다. 밴드가 전자 바이올린으로 ‘징글벨’을 연주하자 “벌써 크리스마스야?”라는 소리가 터져 나온다. 연주가 끝나자 라이브 가수의 공연이 이어진다. 결혼 35주년을 맞아 남편과 함께 ‘색다른 분위기’를 마련한 김규숙씨(58)는 “굳이 미사리 카페 안 가도 그 운치와 낭만이 고스란히 담겨있다”며 즐거워했다.
일영,송추를 지날 무렵 하영복씨(49·여)는 “예전 여고시절에는 교외선을 타고 여기를 오갔었다”면서 “나이의 반은 뚝 잘라 잊어버려도 좋은 저녁이다”라며 추억에 잠겼다. 시어머니 박길자씨(62)의 깜짝 생일파티에 며느리 김인옥씨(33)는 감동의 눈물 글썽,아들 이상학씨(33)는 좋아라 싱글벙글이다.
밤풍경이 가장 예쁜 응봉∼이촌 구간을 지날 때 딱 15분간,야경 더 잘 보라는 배려로 기차는 잠시 불을 끄고 속도를 늦춘다. 이날 야경열차의 최연소 커플인 김진환군(16)과 안재희양(16)은 ‘예쁜 서울’ 이라며 감탄 연발이었다. 와인 대신 ‘포도주스’를 들고 복도에 나온 이들은 “부모님 없이는 이 시간에 이렇게 멀리 나올 수 없다”며 “수요일 밤의 짧은 여행을 아실까요?”라며 찡긋 비밀보장을 부탁했다.
저녁 9시40분,다시 서울역으로 들어선 기차. 낭만의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이들은 따뜻한 혹은 분위기 있는 곳으로 각자 발걸음을 재촉했다.
밤풍경이 가장 예쁜 응봉∼이촌 구간을 지날 때 딱 15분간,야경 더 잘 보라는 배려로 기차는 잠시 불을 끄고 속도를 늦춘다. 이날 야경열차의 최연소 커플인 김진환군(16)과 안재희양(16)은 ‘예쁜 서울’ 이라며 감탄 연발이었다. 와인 대신 ‘포도주스’를 들고 복도에 나온 이들은 “부모님 없이는 이 시간에 이렇게 멀리 나올 수 없다”며 “수요일 밤의 짧은 여행을 아실까요?”라며 찡긋 비밀보장을 부탁했다.
수술환자들, 함부로 항공여행 하지 마세요
만원으로 즐기는 서울투어 1탄…지하철타고 세계일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