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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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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기] 오스트리아 베네치아 [1999.7.31(토)] - Euro Spar, 아까데미아 미술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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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강가딘
글쓴날 : 00-10-14 04:33
1218번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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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느긋하게 차려입고 베네치아로 출발!
기차역에 닿기 전 남아있던 46.20AS를 가지고 Euro Spar라는 대형상점에 들어간다. 얼마 안되는 돈이라 물이나 한병 사야지 했는데 웬걸, 여기도 Macro같은데다. 뜻밖에 횡재하듯 소세지랑 우유랑 사과 4알을 집어든다. 계산대에서 계산해보니 80Grosen이 모자란다. 우리 돈으로 치면 한 80원 모자란셈. 보아하니 말도 안통하고 돈받기는 글렀다 싶은지 값을 깎아준다. 무척 미안하고 부끄럽지만 어쩔수 없지. 어쨋든 잔돈 털어 몽땅쓰니 개운하다. 관광안내서에 Marx & Spencer나 euro spar같은 곳이 적혀있어야 배낭 여행을 도울 수 있을텐데 싶으니 안타깝다.
기차에 오르니 일본인 넷과 동석하게 된다. 그간 빈에서 은근하거나 때로 노골적인 인종차별에 적잖이 스트레스 받았던 터라 노란색만 봐도 반갑다. 아저씨, 아주머니, 딸, 사위 가족이라는데 제법 넉넉해 보인다. 일본인이 유럽에서 대우받는 이유는 그저 돈때문일텐데, 정말 써도 많이도 쓴다. 옆에서 주워들으니 쇼핑 계획만 한시간 남짓을 세운 정도고, 각 도시마다 백화점은 모두 털어올 기세다. 가방이 크고 많은 이유를 알겠다. 주머니마다 돈이 주렁주렁 달렸는데, 심지어 기차 청소하는 아주머니에게까지 팁을 주려한다. 사뭇 먹성좋고 수다스러운 아저씨를 보며 재미있게 지냈고, 그들의 여유가 사실 무척 부럽기도 했다. 한편 사위는 장인의 수다스러움이 영 편치 않은지 거의 자리를 지키지 않고 떠돌아 다니는데, 일본이나 힌국이나 피섞이지 않은 남이 불편한 것은 어쩔수 없나보다. 의사소통에 필요한 만큼만 겨우 일본어를 꺼내 말하니, 그 아저씨 생각은 있어서 미안했나보다. 한국어는 좀 어렵다나? 남편이 받아쳐서 단호하게 그렇지 않다고 하니, 당황한 듯 모든 언어는 어렵단다. 남편이 많이 봐줘서 I think so 한다. 사실 언어만 된다면 일본어 음성체계의 한계를 시작하고, 또한 한국이나 일본어의 유사성을 밝히면서 똑똑히 논증하고 싶지만, 그래서 인생에 돈보다 배움이 중요할 수 있음을 설명하고 싶지만 방법이 없다. 그가 한국에 7-8차례나 방문했으면서 한국어를 못하는게 과연 어려워서였을까? 아니다. 그는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잠깐 들르면서 이탈리아어 책지를 들고 외는 그가, 한글 두 글자 알고 땡이라면 우습지 않은가. 문제는 관심과 노력이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
7시간인데 별로 지루하지 않게 베네치아 산타루치아 역에 내려, 귀국하는 한국인 가족에게 우연찮게 자세한 지도를 얻어 아까데미아 미술관을 찾았다. 길잃기 쉽다는 베네치아를 30분만에 관통해 들어갔다. 나중에 보니 안내도에 써 있는대로 찾아도 한시간은 족히 걸리는데, 지름길로 간 것이다.
수없이 이어지는 좁은 골목과 운하, 다리와 건물들이 미로처럼 섞인 곳에서 우리는 아까데미아 미술관 안에 당당히 섰다. 12000리라, 거액을 뿌리고 짐을 맡긴 후 (무료) 들어가니 로렌쪼 거시기의 그림을 만나니 즐겁다. 중세 황금기, 로마가 세계를 제패하던 시절, 교회에 그려 붙였을 성화는 지금도 금빛이 찬란하다. 웅장한 금빛과 섬세한 그림, 자세히 보니 모자이크처럼 면을 나눈게 제법 현대적인 데가 있다. 아마 로렌쪼는 당대 최고의 화가였을 것이다. 엊그제 본 클림트의 후기작들이 어쩌면 이 로렌쪼에게서 영향을 받은게 아닐까 싶다. 금빛 농염한 분위기며, 섬세한 모자이크들이 갑자기 클림트를 떠올리게 한 것이다. 물론, 이것도 미술에 문외한인 나로서는 확인할 바 없는 추측이겠지만.
티치아노, 복카치오 등 당대 유명했다는 화가들의 그림을 두루두루 섭렵하고 밖에 나오니 5시 30분.
길을 에돌아 사람들 가는 대로 따라가다 기차를 다시 탄다. V.Santa Rucia역에서 베네치아 Maestre역 곧 우리의 숙소가 있는 곳으로 향하니 기운이 하나도 없어진다.
숙소에 하루종일 끌고 다니느라 애쓴 짐덩이를 늘어놓고 유럽에서 처음으로 중국인 식당에 든다. 설사를 계속하는 남편이 밥을 먹고 싶댔기 때문이다. 매운 국물이 생각나서 'Hot taste soup'를 달래니까 hot을 뜨겁다고 생각한 주인이 뜨끈한 우동 비슷한 것을 내온다. 어쨋든 야채적인 돼지고기랑, 밥이랑, 우동같은 국물이랑 정체 불명의 음식들을 열심히 먹고 나왔다.
Seruice Charge를 사람당 2500리라나 요구해서 기절할 뻔했고, 음료수 사가지고 호텔에 와서 잠들 예정. 베네치아에는 역시 유럽, 관람료가 만만치 않아, 예정보다 돈을 많이 쓰게 될 것같다. 환율이 우리보다 낮다고 방심했더니 정말 큰코 다치겠다. 내일은 최소한으로 써야하기 때문에 머리가 복잡해진다. 종일 섬 주위만 뱅뱅 돌았다는 한국인 배낭족들의 외침이 이해가 된다.
아, 우리는 왜 가난한가 (우연찮게 영자 신문을 보니 아시아란에 Daewoo가 큰 글자로 보이고, 대충 읽으니. 부도 직전, 정부가 골치를 썩고 있댄다. 경제논리로 풀겠다는 김대중 대통령의 의견대로라면 한바탕 회오리가 칠 것이고, 그렇다고 정치적으로 해결하자니 만만찮은 비용 부담이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대통령이 교차로에서 어쩔 줄 모르고 있다는 사설이 가슴을 친다. 이렇게 돼가고 있구나, 내가 떠나온 나라가 기아도 한보도 겪었기에 모든 게 예정대로인 것 같아 냉정해지긴 한다.
IMF 직전, 대우는 너무도 많은 해외 현지 공장을 세웠었다. 빚에 빚을 이으면서 몸집만 불려놓은 것이다. 하지만 대우가 정말 무너진다면 정부는 아무 대책이 없을 것이다. 일을 벌린 것은 경제인들인데, 그리고, 과거의 정치 행태들인데, 그 책임은 고스란히 현재의 모든 보통 사람들에게 돌아간다. 그래서 포악한 정치는 호랑이 보다 무섭댔나? 지금 이렇게 해외를 떠돌고 있는 것이 죄인 것같아 가슴이 무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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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베네치아 [1999. 8. 1 (일)] - 성마르코광장,
오스트리아 짤츠부르크 [1999. 7. 30. 금] - 미라벨 정원, 카타콤브, 호엔 짤스부르크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