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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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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기] 프랑스 파리 [1999. 8. 14. (토)] - 오르세 미술관, 피카소 박물관, 개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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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강가딘
글쓴날 : 00-10-14 06:07
1380번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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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사이유에 가려고 했는데, 아침부터 비가 부슬부슬 오는 게 심상치 않다. 믿을수 없는 게 유럽 날씨,
지하철에서 물어보니 무료 티켓은 SNCF Office를 찾아가야 한단다. 어딘지도 모르는 길을 가려니 괜히 귀찮은 생각이 들어 발길을 돌려 오르세 미술관으로 향한다. 비오는 날은 누가 뭐래도 실내가 최고.
지하철 역사를 개조했다는 오르세는 생각보다도 훨씬 웅장하고 화려했다. 에펠탑처럼 철골구조로 되어 있는 이 건물은 상당히 세련되고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는데, 줄을 서서 표를 끊고 들어가니 멋진 조각상들이 곳곳에서 춤추고 있다.
발길을 돌려 먼저 유명한 인사들이 모여 있는 3층 회회관으로 향한다. 자고로 유명한 작품들은 머리가 맑을 때 한껏 봐두어야 하는 법. 길을 헤매듯 이리저리 뒤지고 다녔는데 어느 한 방도 대충 넘어 갈 수 없을 만큼 많은 유명한 그림들이 가득 차 있었다. 모네, 쉬라, 고흐, 고갱, 세잔느, 드가, 르노와르, 로트랙 들의 그림이 그야말로 널려 있었다.
'받은 느낌 그대로' 그것이 인상화의 모토였을까? 아무리 맘대로 느낀대로 그린다지만 그들의 그림은 참으로 장엄하고 우아하면서도 생기가 있었다. 작은 점들이 춤추듯이 널려 있는, 쉬라, 모네, 세잔느, 파란색 점이 잘 어울리는 화사한 그림을 그린 르노와르, 발랄한 발레리나의 역동성을 살려 그림도 그리고 조각도 많이 만든 드가, 그리고 경쾌한 텃치가 정말 일품인 로트랙은 날 무척 즐겁게 했고, 고갱, 그 생명력 강렬한 색상은 사람을 매료시키는 힘이 있다. 고흐? 자화상 두 점이 정말 인상적인데, 붓길을 꼬불꼬불 돌릴 때, 세상을 가볍게 돌리고 싶었을 것 같아 다소 우울하고 조금은 흥겹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나무, 하늘, 얼굴들. 미술책에서 보았던 그림들을 생생하게 볼 수 있으니 괜히 아는 게 많아진 것 같기도 하고, 우리나라 사람들 인상주의에 굉장히 쉽게 빠져 들어 버리고 흉내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던 미술선생님 말씀이 떠오르니 재미있다. 오르세는 한국 사람들에게 철저히 서비스 한 셈?
안 보이는 눈으로 힘들여 작품을 감상하고, 조금 쉬다가 지하층을 관람한다. 3층이면 충분히 행복하니 대충 관람하려고 했는데, 웬걸, 지층도 만만치 않다. 인상파들의 초기작들을 대충 보다보니 그 이름도 유명한 밀레의 만종, 이삭 줍기가 있고 쿠르베의 사실적 작품들도 보이는데, 다른 화가들과 별 차이 없던 그림들이 조금씩 조금씩 자기생각, 자기 분위기를 찾아가는 과정이 느껴져 이색적이다.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서 자기 얼굴이 만들어지듯, 화가들도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자기만의 독특한 화풍을 만들어냈구나.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얼굴들이 그래서 더욱 존경스럽다. 그리고 밀레의 그 유명한 그림들, 보고 또 보아도 즐겁다. 좀 어둡고 작고 쓸쓸한, 그래서 돋보이는 그의 그림, 물이 예쁘다는 잉그르의 '샘'을 보고 나왔다.
중간층에는 이름을 알 수 없는 많은 화가들의 작품들이 나름대로 개성있게 자리잡고 있어서 관람하고 돌아나선다. 왠지 나오기가 허전해서 다시 다리도 쉴 겸 주저 앉으니 멀리 로뎅 같은 작품들이 줄지어 있는데, 가까이 가보니 진짜 로뎅의 작품들이 수십여 점 늘어서 있다. 지옥의 문이나, 발자크상은 석고상으로 대체 되어 있어, 한국으로 옮겨간 것인가 (당시 로뎅 미술관 개관 기념전이 있었음)아니면 원래 이건가 궁금했고 두상이 인상적인 할아버지, 인상적인 것은 까비유 끌로텔의 작품이었는데, 마귀 같은 로뎅의 부인이 로뎅을 예쁜 자기 품에서 앗아가는 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재미있다. 그녀 마음이 많이 아팠겠다.
어느덧 네 시간을 오르세에서 해맸더니, 너무 허기지고 배가 고프다. 밖에 나와 깔끔한 바게트 샌드위치와 홍차, 야채 샐러드로 포식하고 도착한 곳은 피카소 박물관.
피카소의 작품들이 좀 있겠지, 마치 루쩨른에서처럼 적당히 그럭저럭 작은 미술관이겠지 했는데, 웬걸, 끊임없이 펼쳐지는 전시실에 질려버린다.
남편의 해석, 화가들은 일반적으로 평면에 현실을 입체감 살려 표현한대나? 하지만 피카소는 입체를 먼저보고, 그 입체를 어떻게 평면화 할까 생각했던 것 같다고? 발상의 완전한 변환을 꿈꾸었던 것 같다는 그 해석이 정말 그렇듯 하다.
피카소도 초기에는 여느 화가와 다를바 없는 그림을 그린다. 초상화도 풍경화도 별반 차이나지 않고, 그런데 그 자리는 할머니, 한 쪽 눈을 감고, 한 눈을 뜬, 그 시퍼런 할머니를 지날 때쯤 뭔가가 달라진다. 계속해서 애꾸눈 아닌 애꾸눈(?)이 같은 모티프로 등장하고 점점 난해해지는데 기타나 바이올린이 여러 입체의 조각들로 등장하고 그림이 조각과 동일시 되고, 드디어 호면 분할 시작, 여러각도로 나누어 지는 그림은 화려한 색깔과 합쳐지며 정말 특이하고 아름다워진다. 그때 낙타는 이해할 수는 없지만 뭔가 있어보이는, 그야말로 그림 초보자 현혹하기 딱 좋은 그림들이 생겨나는데, 몽땅 불어로 표시된 안내판들 덕에 제목은 하나도 알 수 없지만, 정말 다양한 피카소를 만날 수 있었다.
정말 오래 살았던데, 안해본 장르가 없고 손 안댄 장르가 없으니 정신없을 수밖에. 작품은 다양하지만 한가지 철학, 입체, 재미있게 피카소에 빠져들고, 피카소가 모아두었던 컬렉션들과도 만났다. 그로와르, 세잔, 모네, 그리고 달리.(아무래도 피카소는 달리 흉내내기를 즐긴 듯, 정말 같은 그림이 나란히 걸려있었고) 고르도 고갱도 거기에 또 있었다. 미로의 자화상은 독특했고, 대범하고 크게 거칠게 그린 후기 작품을 다시 만나고 밖으로 나오니 5시가 넘었다.
국립현대미술관에 가서 10시 넘게 그림보고 본전 뽑으리라 했는데 다시 보니, 12월까지 휴관한다는 작은 메모가 보인다. 왜 이런 중요한 정보는 닥쳐서야 보이는지,
어쩔 수 없이 퐁피두센타에 찾아가서 밖에 있는 독특한 조각분수만 구경한다. 보면 볼수록 독특한 분수들을 멍하니 보다 다시 샹젤리제.
저녁을 간단히 먹고(40Fr에 둘이 배를 채웠다) 개선문에 오른다. 오늘 끊은 까르테 무제 3일권을 한번이라도 더 이용하기 위해 꼭대기에 오르기로 한 셈. 날이 저물기 시작하고 바람이 시원한데 빙글빙글 계단을 다리 부서지게 올라가니 결과는 참으로 상쾌하고 해저무는 파리의 거리는 참 아름다웠다. 시원한 바람, 시원한 구름, 오늘 구름은 참 바쁘게도 움직이는 구나. 한참을 서 있다가 라데팡스, 신시가지를 바라보니 종로 한복판이 저기다 싶어 재미있는데(실제로 유럽와서 저만한 빌딩 숲을 처음본다.) 멀리 있던 것은 안개가 갑자기 빌딩을 점령하고 들어오다 갑자기 뿌예지는 빌딩 숲, 개선문으로 들어오는 저 거리의 빌딩들과 점점히 동글동글 예쁜 나무들이 하나하나씩 흐려지기 시작! 안개의 개선이 흥겹게 보인다. 아, 이렇게 달려 오는구나! 감동하고 있는데, 그들의 행진은 생각보다 너무 빨라 바람이 숨가 빠지고 점점 내 앞이 새까매지더니, 그야말로 갑자기 후두둑 우박같은 비가 쏟아진다. 안개가 아니었다. 새까만 비구름이 눈 앞에서 내게로 이렇게 가깝게 달려든 것이다. 개선문은 순식간에 습격당했다.
홀딱 젖은 사람들은 도망치기 바빴고, 하늘이, 구름이 이렇게 가까운 것은, 중학교 때 속리산 정상에서 빼고는 처음이었다.
도시 한복판에서 구름과 마주서다니, 그리고 구름에 밀치듯 안기다니 맙소사 세상에!
비를 피해 한 삼십 분 앉아있으니, 또 다시 하늘이 조용해진다. 밖에 나가니 구름사이로 햇살이 쏟아진다. 전쟁은 끝났고, 해도 쉴자리를 찾아 누우려나. 해지는 장면은 또 다시 장관이다. 오늘 개선문 위에서의 파리의 두 얼굴을 꽤 오래 잊지 못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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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 [1999. 8. 15. (일)] - 루브르 박물관, 성모승천일
스위스 제네바, 프랑스 파리 [1999. 8. 13 (금)] - 호수가, TGV, 개선문(드골광장), 상젤리제, 에펠탑, 세느강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