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여행기] 아오모리 ---> 삿포로 [2000년 7월 9일 ~] - 야간 열차에서 만난 일본아저씨
글쓴이 : 하늘아이
글쓴날 : 00-10-29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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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시 8분 아오모리발 삿포로행 야간 열차를 탔습니다. 제 자리가 열차칸 맨 앞줄이더군여. 야간 열차라서 그
런지 어쨋는지는 모르겠는데 울나라 기차보다는 앞이 넓더군여. 다리를 펼수도 있고. (그렇다구 쭈~욱 펼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자리가 넓어 좋을 줄 알았는데 앞칸이 흡연석인지 문 열때마다 담배냄새 때문에 약
간 곤역을 치렀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거, 이 야간 기차에서 옆 좌석에 일본 아저씨가 앉았다는 겁니다. 뭐 당연한 얘긴가? 일본이
라서. 하지만 여태까지 항상 자리가 남았거든여. 그래서 항상 혼자 앉아서 다녔는데. 이번 야간 열차는 자리
가 꽉 찬거 같더군여. 그래서 그 아저씨랑 이런 저런 얘기를 했습니다. 어케했냐구여? 자 이야기 들어갑니
다.
배고프고 잠도오고 어케할까 생각했져. 짐속에 침낭을 가지구 다녀서 그걸 일단 꺼냈습니다. 추울까봐. 그
리군 옆에다 놓구 배가 고파 먹을까 우쨀까하는데 일본 아저씨가 앉은 겁니다. 그래서 못먹었져. 왜냐구여.
어케해야할지 몰라서여. 일본사람에게 먹을 거 나눠줘두 되는지 어짼지두 모르겠구, 혹시 날 거지로 아냐
구 하면 어케합니까?
그냥 지도보고 담 여행할 삿포로 안내책( 이게 책인지? 종이 몇장 붙여놓은거여. 여행 팜플렛이라구해야하
나?)를 보고있었져. 그러니까 그 아저씨가 관심을 보이더군여. 그래서 이야기를 하게 됐습니다.
어디서 왔냐? 당근 한국에서 왔다. 그런데 그 아저씨 참 무식(?)하더군여. 울나라 지도를 대충 둥그렇게 그
리더니 반으로 나눠서 남북을 꺼꾸로 쓰더군여. 그래서 제가 울나라 표현으로 위쪽은 북한, 아래쪽은 남한,
이런 식으로 말을 해줬져. 당근 못알아듣져. 그래서 한문으로 韓國(한국, 혹시 모르시는 분덜 이번 기회에
알아두세여. 혹시나 모르져. 일본사람이 물어봤는데 모르면 망산 당할 수 있습니다.)이라고 썼져.
그리구는 삿포로 안내책을 보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삿포로 타워에 대해 이야기하구 삿포론 라면이 유명
하다는 군여. 라면 그림을 가리치면서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더군여. 일본에서두 삿포로 라면은 알아준답
니다. 하여튼 그 아저씨 덕분에 삿포로 라면을 먹어야겠구나 생각했져. (삿포로에 가면 유명한 라면 골목이
있습니다. 관광객두 많이 오고요. 제가 갔을 땐 일본 여고생인지 여중생인지 하는 여학생들이 많이 와서 먹
더군여. ㅎㅎㅎ 자세한 건 담에...)
그리군 제가 영화에 관심이 있어서 일본영화 러브레터(Love Letter라고 영어로 쓰고)나 철도원(일본명이 뽀
뽀야 또는 폽뽀야 또는 포포야 비슷했는데 그때는 생각이 안나서 영어로 Railman이라고 썼져. ㅎㅎㅎ)이
삿포로 어디에서 찍었다는데 아느냐구 했더니 모르겠다는 군여. 그 아저씬 영화에 관심이 별로 없으신 거
같더군여. 그래서 알수가 없었습니다. 그 아저씬 1234를 울나라말로 어케 하는지 궁금했는지 알려달라구 하
더군여. 제가 12345678910을 쓰구선 일어줬져. 일이삼사오육칠팔구십. 아시져. 일본사람 받침을 잘 발음 못
한다는 거. 그래두 십은 잘 발음 하더군여. 제두 일본어로 1234를 어케 읽는지 알려구 했는데 잘 안돼더군
여. 이찌 니 쌍 시......
이런 저런 얘기를 하군. 삿포로에 갔다가 어디로 갈거냐구 묻더군여. 그래서 아까 생각한 오토케가우라(?)
에 갈 생각이라구 했져. 그 아저씨두 잘 모르더군여. 갔다가 다시 아오모리로 와서 이케이케 할 거라구 했더
니 그 아저씨가 아오모리에 사신다는 군여. 거기서 욕실용품을 파신다구 하더군여. 순전히 일본어로 전 안
되는 영어로. 그러면서 아오모리에 오면 연락을 하라고 명함을 주더군여. 그래서 제가 전 일본어 못한다구
했더니 뭐라구뭐라구 하면 아 나구나 하구 생각하구선 온다는 겁니다. ㅎㅎㅎ. 뭐 그 아저씨한텐 이런 이상
한 사람이 또 전화할리가 없겠져. 그러니 당근 알수 있겠져. 그러면서 치술셋트를 기념으로 주더군여. 치술
이 두개고 치술대가 한개 있습니다. 치솔이 뭉게지면 다른 걸로 교체해서 쓸 수 있게한 제품입니다. 지금 쓰
구 있는데 울나라 치술보다 좀 거칠고 치술대가 짧습니다. 그래두 고맙게 쓰구 있져. ㅎㅎㅎ.
그리구 그 아저씨가 치즈를 주더군여. 막대모양으로 길다란 치즈를 반으로 쭈~욱 갈라서 주더군여. 당근 맛
있겠져.
실은 제가 그 아저씨에게 독도에 대해 물어보고 싶었는데 혹시나 해서. 그냥 넘어갔습니다. 일본 사람들은
한국에대해 정말 넘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물론 그 아저씨만 만나고선 일본 사람을 알수는 없지만 일본 사
람을 만난 한국사람들이 대부분 그렇게 느낍니다.
아 글고 이 기차는 아오모리현에서 삿포로로 갈때 해저 터널을 지납니다. 근데 얘기하는 사이에 지나갔는
지 우쨋는지 알 수가 없더군여. 그 아저씨두 지나갔는지 어쨌는지 확실히 모르구여. 흑흑, 좋은 볼거리를 놓
쳤져. 뭐, 아무것두 안보이겠지만 그래두.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 사이에 시간이 넘 흘러 이젠 자야겠다구 하면서 그 아저씨가 옆 좌석으로 가더군여.
옆에 좌석에 자리가 비었습니다. 그래서 그 아저씬 그곳에서 자구 전 제 자리에서 잤져.
삿포로 [2000년 7월 10일] - 삿포로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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