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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기] 이태리 피렌체, 피사 [1999. 8. 7 (토)] - 피사의 사탑, 베키오 다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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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강가딘
글쓴날 : 00-10-14 05:15
1308번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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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사에 갔다. 기울어진 탑, 멀쩡했으면 그닥 유명할 리 없는 그저 예쁜 탑이었을 텐데, 어찌 옆으로 기울어진 것이 유명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갈릴레이인지 누군지가 중력 실험한 것이 불을 당겼고.
피렌체에서 한시간, 옛날 비둘기같은 기차를 타고 덜컹거리며, 꾸벅꾸벅 졸며, 진땀 식은땀을 흘리며 도착.
지도하나 없이 멍하니 서있는데, 사람들의 발걸음이 모두 한곳으로 향한다. 작은 시골 동네이니, 사람 뒤만 따라가면 피사의 사탑이 나오리라. 아닌게 아니라 길게 늘어선 노점상들(모두 흑인이 주인)과 유명 브랜드 옷가게 그리고 간간이 보이는 식당을 지나 작은 광장이 나온다.
어떤 교회앞, 또다시 사람들의 뒤꼭지를 찾고 있는데, 조그만 아이들이 남편과 내 앞을 막아선다. 신문을 크게 펼쳐들고 무어라 중얼대는데 거지라고 보기에는 너무 맹렬하고 당돌하다. 신문팔이도 아니고, 순간 본능적으로 소름이 쫙 끼친다. 나쁜느낌. 소매치기였다. 그앞 포장마차에서 물을 사고 남편이 지갑을 주머니에 넣는 것을 본 모양이다. 남편이 몸을 홱돌리고 뿌리치자 뭐라고 쭝얼거리며 우리 딸을 떠난다. 나중에 들으니 남편이 한 손으로 그들을 뿌리치며 다른 손을 지갑이 든 주머니로 가져다 막았는데, 그 아이의 손이 이미 들어와 있더란다. 1초도 안되는 순간에 일어난 일. 남편의 순발력이 아니었으면 지갑을 통채로 날릴 뻔했으니 정말 다행이기도 하고. 이탈리아에 도둑이 많다는 예기는 늘상 들었지만 예사롭게 알고 오늘은 무척 방심했었는데, 겪고나니 예방만이 살길이란 생각이 새삼스레 들었다.
작고 아늑한 피사의 느낌이 그들 때문에 조금 좋지 않아졌지만, 그래도 마음을 추스리고 길을 찾아 피사의 사탑에 닿는다. 커다란 두오모와 사탑이 넓고 푸른 잔디밭 위로 우뚝 솟아 있다. 피렌체의 알록달록 화려한 대리석과 대조적으로, 사탑과 사원은 모두 흑백 대리석을 사용해 건축했다. 흰색, 회색, 검은색의 적절한 조화가 오히려 더 아늑하고 따뜻한 느낌을 자아내고 있는데, 사탑이 너무 기울어 붕괴가 우려되자 지반을 다지고 커다란 납덩이(?)를 올려 힘을 가하고, 탑의 허리를 묶어 철사로 보정하는 과정을 거쳐 붕괴를 대비했다. 조금은 처량하고 불쌍한 느낌. 세월은 약한 곳으로 먼저 흐르니, 저게 언제까지 갈까싶어 아쉽기도 하다. 아무튼 멋진 탑이었다.
뒤돌아나와 다시 역으로 출발, 다시 피렌체에 돌아오니 2시30분,
점심을 챙겨 먹고 숙소에 들어와 잠을 청한다. 오늘은 유달리 날이 덥고, 졸음도 밀려온다. 에어컨에 문제가 생겼는지 땀은 줄줄 흐르는데, 졸음이 더위를 이겨 꿋꿋이 잠들었다.
일곱시쯤 겨우 일어나 다시 시내를 구경나간다. 이곳은 아홉시가 되어도 해가지지 않으니, 시간 감각이 없어지고.
베키오 다리에서 일군의 승려를 본다. 빙빙돌며 춤추고 있는 그들은 분명 백인인데, 머리는 꽁지 한 줌만 겨우 남기고 깎았고 옷은 인도사람같이 입었고, 춤추고 노래하고 전도지를 나눈다. 일종의 포교 행위인듯한데 새로워서 즐겁게 구경하다 저녁을 먹고 다시 나온다.
이제는 떠돌이 기타 연주, 아주 멋진 연주자 넋놓고 지켜보다, 광장에서 런던에서 본듯한 인디언(?)들의 '엘콘도르파사'를 듣고 귀가, 그들의 음악은 슬프고 아름답다, 언제든지 자연스럽고 편안하다. 떠날 수 있을 만큼. 그리고 숨쉬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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