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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미에 앉은 나비 - 엄재국 [새창]
장미에 앉은 나비
엄재국
붉은 호수에 책 한 권 빠뜨렸다
나는 저 책을 집어 들 수 없어
느리게 몸 벙그는 호수의 물결이 꼭 꿈속 같아
누가 내 꿈속에 책 한 권 넣어 준 것 같아
잠이 피워 올린 꽃, 그 꿈결에 날아든
나비를 가만히 펼치려 들면
바람도 없는데 나풀나풀 책장은 혼자서 읽혀진다
…
2012-08-31 03:57:46 엄재국
- [코멘트] 우라지오 가까운 항구에서 - 이용악 [새창]
<해설>
일제시대의 강제 이주 정책으로 우리 민족은 기초적인 가족 공동체마저도 붕괴되어갔다.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서 서투른 마우재(러시아)말과 함께 듣던 우라지오라는 곳에 어른 이 된 지금 와있는 나는 고향과 가족에게로 돌아가고 싶으나 그럴 수가 없다. '얼음이 두텁다'는 표현은 고향으로 돌…
2012-08-30 22:49:49 하늘아이
- 섬돌 - 유종인 [새창]
섬돌
유종인
집은 돌아가고,
섬돌은 고령(高齡)이다
비가 와서
겨우내 이 어눌(語訥)에서 풀릴까 했는데
섬돌은
그저 밟히고 쓸려서
한 홉도 안 되는 말의 흙먼지들
깨져 나간 한 섬돌 틈서리에 비껴 놓는다
어디로 가라는 이 어눌함인가
오르고 내리는 비의 발걸음이
반듯하던 섬돌 하나
한 편 …
2012-08-30 03:36:09 유종인
- 꽃이 진다고 아예 다지나 - 정호승 [새창]
꽃이 진다고 아예 다지나
정호승
꽃이 진다고 아예 다 지나
꽃이 진다고 전화도 없나
꽃이 저도 나는 너를 잊은 적 없다
지는 꽃의 마음을 아는 이가
꽃이 진다고 저만 외롭나
꽃이 저도 나는 너를 잊은 적 없다
2012-08-29 17:48:56 정호승
- 산꿩이 우는 저녁 - 최금진 [새창]
산꿩이 우는 저녁
최금진
싸이나를 먹은 꿩들이 밭둑에 자빠져 있는 걸
소쿠리에 주워담는다
고모부가 나에게 근본도 없는 놈이라고 한 말은
저녁에 먹을 꿩고기를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고
약을 먹은 산꿩들이 아무렇게나 처박혀 누워 있는 저녁
슬픔이란 것은 태초부터 저렇게 맥없이 누워 있어
겨우내 …
2012-08-25 09:50:42 최금진
- 우라지오 가까운 항구에서 - 이용악 [새창]
우라지오 가까운 항구에서
이용악
삽살개 짖는 소리
눈포래에 얼어붙는 섣달그믐
밤이
얄궂은 손을 하도 곱게 흔들길래
술을 마시어 불타는 소원이 이 부두로 왔다.
걸어온 길가에 찔레 한 송이 없었대도
나의 아롱범은
자옥자옥을 뉘우칠 줄 모른다
어깨에 쌓여도 하얀 눈이 무겁지 않고나
철…
2012-08-21 18:36:38 이용악
- 앵두 - 유종인 [새창]
앵두
유종인
앵두라니,
중국집 밖엔 눈보라가 치고 먼 머언 절간 추녀 끝엔
쇠물고기가 배고픈 줄 모르고
제 몸을 때려 천지의 눈발을 헤쳐 나아가려는데,
앵두라니,
이제 막 배달에서 돌아온 중년 사내는
머리를 덧씌운 붉은 앵두 속에서 머리를 빼낸다
유독 귀밑머리만 하얗게 센 사내는 앵두를 빠져나…
2012-08-20 07:24:17 유종인
- 풍경 - 윤관영 [새창]
풍경
윤관영
돌무덤에는 청사들이 우글거렸다
찔레꽃이 껌딱지처럼 흔들거렸다 그랬다
미루나무가 검어진 여러 달토록
리어카 끌고 간 여인은 돌아오지 않았다
빨랫줄에는 국숫발이 흔들거렸고
우물 펌프는 쥐 소리를 냈다 그랬다
큰남아가 계집애를 업고 미루나무를 바라보았다
찔레꽃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
2012-08-17 05:01:06 윤관영
- [코멘트] 눈물의 룰라 [새창]
한사람이 모든 걸 할 수는 없지만 시작할 수는 있다.
2012-07-08 11:56:18 하늘아이
- 인생의 진정한 가치 [새창]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당신이 갖고 있는 소유물이 아니라 당신 자신이 누구인가 하는 것이다.
단지 생활하고 소유하는 것은 장애물이 될 수도 있고 짐일 수도 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으로 우리가 어떤 일을 하느냐가
인생의 진정한 가치를 ㄱ려정짓는 것이다."
- 헬렌 니어링의 <아름다운…
2011-08-30 11:57:29 하늘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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